閼雲曲 -시

장석주 <첫눈>

nongbu84 2015. 11. 27. 09:53

첫눈 / 장석주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이루어졌거든

뒤뜰 오동나무에 목매고 죽어버려라

 

사랑할 수 있는 이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첫눈이 온다 그대

첫사랑이 실패했거든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눈길을

맨발로 걸어가라

맨발로

그대를 버린 애인의 집까지 가라

사랑할 수 없는 이를 끝내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

 

첫눈이 온다 그대

쓰던 편지마저 다 쓰지 못하였다 할지라도

들에 나가라

온몸 얼어 저 첫눈이 빈 들에서

그대가 버린 사랑의 이름으로

울어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