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틈 - 겨울과 봄 사이
담벼락, 굳어버린 세계, 거대한 장벽, 걸어가다 보면 앞을 가로 막는다. 바람도 불다 막힌다.
그 날도 걸음을 막고 섰다. 꽉 막힌 전망, 답답한 숨, 뒤에서 누군가 나를 민다. 바람이 분다.
벽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틈을 만들어야 무너진다. 틈을 만들 수 있는 건 바람의 발톱뿐이다.
바람이 몇 년째 계속 분다. 비도 몇 년째 손바닥을 펴 뺨을 갈긴다. 비바람이 새어들어 틈이 생긴다.
그 속에 딱 한 번 풀씨 날아든다. 그 때 그 순간, 그 곳 그 자리에서 그 도깨비바늘 씨앗 싹튼다.
틈새에서 내미는, 두 번은 결코 올 수 없는 봄의 튼 손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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