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꽃
산 그림자 벗어난 밭둑의 저 산수유
비 오면 낮게 엎드려 등목을 하네
등줄기 타고 가랑이까지 파고들면
고샅은 간지러워 환장할 것 같네
긁을수록 더 가려운 분노가 있어
온 몸으로 부르르 떨며 일어서니
가지마다 노랗게 꽃망울 피어나네
저 산수유를 세운 밭둑의 비탈까지도
비오면 앙상하게 굽은 잔등 먼저 젖네
물집 가장 나중까지 부풀어오르면
배꼽까지 가려워 진저리 치네
종기처럼 욱신거리는 한(恨) 쥐어짜니
솜털 같은 싹 한꺼번에 움 솟아
둑방 가득한 풀들 푸르게 짙어지네
이 봄, 들썩 들썩하는 반란(反亂)의 들
봄날의 기억 칼날 같아 베일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지랑이 피듯 기억은 떠올라,
한나절 쪼그려 앉아 쟁깃날 갈고 일어서는
아버지 저 밭둑에 서 있네 저린 몸 쭉 펴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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