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산수유꽃

nongbu84 2016. 4. 21. 11:05

산수유꽃

 

산 그림자 벗어난 밭둑의 저 산수유

비 오면 낮게 엎드려 등목을 하네

등줄기 타고 가랑이까지 파고들면

고샅은 간지러워 환장할 것 같네

긁을수록 더 가려운 분노가 있어

온 몸으로 부르르 떨며 일어서니

가지마다 노랗게 꽃망울 피어나네

 

저 산수유를 세운 밭둑의 비탈까지도 

비오면 앙상하게 굽은 잔등 먼저 젖네

물집 가장 나중까지 부풀어오르면

배꼽까지 가려워 진저리 치네

종기처럼 욱신거리는 한() 쥐어짜니

솜털 같은 싹 한꺼번에 움 솟아

둑방 가득한 풀들 푸르게 짙어지네

 

이 봄, 들썩 들썩하는 반란(反亂)의 들

봄날의 기억 칼날 같아 베일 수 있지만

그래도 아지랑이 피듯 기억은 떠올라,

 

한나절 쪼그려 앉아 쟁깃날 갈고 일어서는

아버지 저 밭둑에 서 있네 저린 몸 쭉 펴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