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나라 - 손수건
이 세상 나와 너 사이에 슬픔의 나라가 있다
우리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슬픔의 나라는 목화 꽃이 피지 않는다
산 그림자는 강물에 누운 적이 없어
하루는 지폐처럼 꼬깃꼬깃 슬프고
저녁 강은 노을에 불타 오른 적도 없어
삶은 서둘러 자라 쑥 대공처럼 무성하다
하지만 그 나라 사람들은 배고픈 자를 위해
밥을 지을 줄 알고 저녁밥 때를 맞추어
갸웃갸웃 피는 분꽃을 사랑하는 백성들이라
어둠 물드는 저녁이면 저들 마음도 함께
물들고 번지어 제 손보다 남의 눈물을 닦아줄
손수건에 분홍 꽃무늬를 자주 수놓는다
진정으로 슬퍼 사랑하는 사람은
지 마음 오죽하면 여북했을까 되뇌며
때를 맞추어 발품 팔아 찾아오는 어머니 같아
비바람 불어도 젖지 않고
더 멀리 날라 가는, 그이의 분꽃 향내가 난다
오늘 어머니 무덤가에 앉을 당신에게
분꽃 수놓은 손수건하나 깔아주어야겠다
ᆞ
'閼雲曲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벚꽃 연서 (0) | 2016.06.28 |
---|---|
소금꽃 ᆢ 신도 염전 (0) | 2016.06.28 |
친구 - 겨울 장갑 (0) | 2016.05.16 |
산 - 계룡산 은선폭포 (0) | 2016.05.12 |
5월의 저녁 - 엉겅퀴꽃 (0) | 2016.05.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