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홀로 마주하다

nongbu84 2017. 9. 26. 11:39

 

가을 산행 : 홀로 마주하다

    

가을 산을 내려오다가 골짜기를 숨차게 오르는 바람과 홀로 마주하다

바람이 푸른 이끼낀 바위등에 걸터앉은 소나무 하나와 홀로 마주하다

소나무가 오솔길을 노냥노냥 걷다가 답뿍 물드는 노을과 홀로 마주하다

노을이 웅크리고 앉아 쏘아 보는 거미의 새카만 눈빛과 홀로 마주하다

거미가 모로누운 가을산에서 바람의 길을 마중하는 나와 홀로 마주하다


2

홀로 마주하면 다가와 머무는 것들 만큼

등돌린 뒤꼍으로 사라지는 것들이 있어

함부로 그윽하고 애틋하게 외로운 마음도 드는 것이어서,



나는 맷돌로 갈아 깔끄러운 알갱이가 자근자근 씹히는

그리움 한 접시 시켜 놓고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


함초롬히 취한 달빛으로 네 신발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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