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함에 대하여 – 가을, 산골짜기
사람들 발자취 드물어 고즈넉한 산골짜기
아직 갈 길은 여전하여 하늘이 다시 푸르다
찬란하게 넘쳐 흘렀던 여름 계곡의 바위들
상처 난 등마다 마른 이끼를 덮어 침묵할 때
그 바위 틈을 비집고 한껏 밀어 올리는
구절초의 하얀 숨소리,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바람은 새초롬하게
맑은 물 고인 웅덩이를 자꾸 다홍빛 잎을
한 잎 한 잎 끌어다가 덮어주는 것이다
비 오면 제 왼쪽 어깨가 더 많이 젖을수록
바로옆 오른쪽 어깨는 덜 젖는다는 것을 알아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 또 마냥
물들 수 밖에 없는 갈나무 왼쪽 어깨의 결림,
머리끈 풀고 훨훨 날아오르던 산비둘기만이
무엇이 그리운지 자꾸 뒤돌아보는 거기에
바로 네가 혼자 앉아 있었다
구절초
사람들 발자취 드물어 고즈넉한 산골짜기
아직 갈 길은 여전하여 하늘이 다시 푸르다
찬란하게 넘쳐흘렀던 여름 계곡의 바위들
상처 난 등마다 마른 이끼를 덮어 침묵할 때
그 바위틈을 비집고 한껏 밀어 올리는 하얀 숨소리,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바람은 새초롬하게
맑은 물 고인 웅덩이를 자꾸 다홍빛 잎을
한 잎 한 잎 끌어다가 덮어주는 것이다
비 오면 제 왼쪽 어깨가 더 많이 젖을수록
바로 옆 오른쪽 어깨는 덜 젖는다는 것을 알아
그게 사랑이라는 것을 알아
또 마냥 물들 수밖에 없는 왼쪽 어깨의 결림,
머리끈 풀고 훨훨 날아오르던 산비둘기만이
무엇이 그리운지 자꾸 뒤돌아보는 거기에
바로 네가 혼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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