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난로

nongbu84 2017. 10. 31. 11:46

 

 

난로

  

 

추운 곳일수록 더 따뜻하게 타오르느라

추운 날일수록 더 시뻘겋게 단풍드느라

이 세상 가장 추운 나를 아주 나중까지 뜨겁게 데우느라

살면서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나의 죄를 용서하느라

숯덩이 같은 속은 모두 태우고 장작처럼 성난 불길은 다독이느라



손발 불나고 온몸 벌겋게 달아올라 찬 방에서 화 삭히는 여자,

  

 

나는 네 가슴을 더듬으려고 손길을 뻗었으나

허공만 더듬다가 손을 거두어 합장했다

너의 침묵은 장작처럼 마르고 뾰족했지만

그래도 내 손은 따뜻한 용서를 배웠다

  

 

아주 먼 봄의 개나리야, 꽃필 생각은 하지도 마라

이 손으로 네 언 몸 쓰다듬어 온기가 전해지기 전까지는,

 

 

'閼雲曲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일  (0) 2017.11.02
카메라  (0) 2017.11.01
축제  (0) 2017.10.30
시계  (0) 2017.10.30
창문(窓門)  (0) 2017.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