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로
추운 곳일수록 더 따뜻하게 타오르느라
추운 날일수록 더 시뻘겋게 단풍드느라
이 세상 가장 추운 나를 아주 나중까지 뜨겁게 데우느라
살면서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는 나의 죄를 용서하느라
숯덩이 같은 속은 모두 태우고 장작처럼 성난 불길은 다독이느라
손발 불나고 온몸 벌겋게 달아올라 찬 방에서 화 삭히는 여자,
나는 네 가슴을 더듬으려고 손길을 뻗었으나
허공만 더듬다가 손을 거두어 합장했다
너의 침묵은 장작처럼 마르고 뾰족했지만
그래도 내 손은 따뜻한 용서를 배웠다
아주 먼 봄의 개나리야, 꽃필 생각은 하지도 마라
이 손으로 네 언 몸 쓰다듬어 온기가 전해지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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