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바위

nongbu84 2018. 8. 3. 15:45

 

바위

 

지난 장마에 길은 사라졌다 네게 가는 길을 휩쓸고 갔다 바위틈으로 숨어 들었다 나는 사라진 길을 찾는다 웅크린 바위들은 침묵할 뿐

 

끊어진 길의 마지막 숨은 침묵이다 침묵 속, 시리고 춥다, 캄캄하다 염천(炎天)의 노기가 오래 묵어 슴슴한 침묵을 불태운다 어둠 속 솟구쳐 오르는 비명, 천불이 나서 살 수가 없다 쩌렁쩌렁, 매미는 안다 활활 타오르는 불볕 몸 뒤틀 때,

 

바위는 제 몸을 으스러뜨려 제 안에 숨겼던 불꽃을 피워올린다 ....침묵의 불꽃, 불꽃의 비명....동네 골목 평상마다 가난이 펼쳐놓은 침묵들, 지붕없는 상처들 비 젖어 불어 터지는 장마철

 

나는 계곡 비탈에 앉아 침묵하는 바위를 짊어져다, 안방, 젖은 아랫목에 구들장을 놓고 싶다 찬 어둠 속으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여한(餘恨)없이 드나들도록

 



 

 

'閼雲曲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대비  (0) 2018.08.31
폭풍전야  (0) 2018.08.23
하루  (0) 2018.07.28
말뚝  (0) 2018.07.20
괭이 갈매기  (0) 201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