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하루

nongbu84 2018. 7. 28. 20:52

 

하루

 

온종일 달구어진 시멘트벽에 등을 기댄다

금세 등뼈가 따뜻해졌지만 여전히 심장은 차갑다

 

안마 시술소에서 한 사내가 나오고

남녀가 파라다이스 모텔로 들어간다

 

노래방에서 누군가 잃어버린 것,

낭만에 대하여 절규한다

 

옛 연애는 비 맞은 네온사인처럼 색이 번졌다

 

보도블럭에 힘주어 걷던 엄지발톱이

길고양이 눈처럼 새까맣다

막다른 골목에서 웅크리고 노려보던,


 

온종일 달구어진 시멘트벽에 등을기댄다

 

심장은차갑다

 

모텔이보이고 24시 안마시술소가 보이고 지난번 없었던 고층 아파트가 숨을 막는다

 

옛연애는 슬프다

 

돌아갈길없는 길이 막혀, 치매걸린 노을이 길을 막아

 

나는 오늘 한없이걸으며 네모난 보드블럭을 밟는 엄지 발가락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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