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사과
그 시절 나는 풋사과를 먹고 배앓이를 자주 하였습니다
시퍼런 열매를 우겨넣었으니 섣부른 어둠에 쉬이 주저앉았고 어설픈 절망에 고개 숙였고 서툰 착각에도 고집을 피웠고 설익은 잠결에 꿈을 꾸었습니다
삶은 볼때기가 빨개질 정도로 잘게 부수어 소화하여도 탈나기 쉬웠으니 여물지 않은 풋사랑 때문에 아랫배가 자주 꿀렁거리고 단물 들지 않은 도모圖謀 때문에 발목이 시큰거렸습니다
부러진 가지 끝을 짚고 일어서는, 꽃잎진 자리에서 새로 솟아 열매 맺는 사랑을 알지 못했습니다
빨갛게 무르익은 사과만이 단단한 이마 위에 흉터 같은 낮별 하나를 떠올렸으나,
그 시절 나는 떫은 풋사과를 먹고 체滯해 오후의 낮달처럼 창백한 얼굴이었습니다
풋사과
그 시절 나는 풋사과였다
시퍼런 열매를 속에 우겨넣었으니
섣부른 어둠에 쉬이 주저앉았고
어설픈 절망에 한참을 고개 숙였고
서툰 착각에도 고집을 피웠고
선 잠결에 사랑을 하였다
볼이 빨개질 정도로
잘게 부수어 소화하여도
사랑은 탈나기 쉬웠으니
여물지 않은 풋사랑 때문에
배앓이를 자주 하였다
쪼개어 나눌 만큼
충분히 무르익은 사과만이
단단한 이마 위에
낮별 하나를 떠올렸으니,
그 시절 나는 비린 낮달처럼
가지에 매달린 풋사과였다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