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백석의 <여승>

nongbu84 2009. 8. 28. 08:59

                     백석의   '女僧(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정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 아이를 때리며 가을밤 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