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오래된 영수증

nongbu84 2024. 10. 7. 11:06

후박나무

                                                  박 승 균

 

여름 숲길에 서서

낚시질을 하고 있다

 

그림자를 지상에 길게 늘여놓고서

오후 세 시의 나른함을 낚고 있다

 

지하의 심연 속으로 미끼를 던져놓고

우듬지를 빼들어 응시하는데,

 

얼마를 기다렸을까

 

줄기가 곡선으로 휘어지려는 순간

넓은 잎들이 찰랑찰랑 흔들렸다

 

팽팽한 긴장으로 낚는 손맛의 전율,

 

숲이 바닥 가득 꿈틀거렸다

 

지나가던 노인 둘이

후박한 노목 그늘에 들어

 

얼굴을 지우며 더위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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