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萬里-나의 삶

섬진강을 따라 걷다

nongbu84 2010. 1. 19. 10:02

 

섬진강 따라 걷다1.  

1. 동행, 섬진강 도보여행과 나

(1)2005년 08월 02일(화)

밤 20시 학교 중앙현관 앞으로 갔다. 아들 하람이와 함께 짐을 챙겨 아내차를 타고 갔다. 삼삼오오 아이들이 모여 들뜬 기분으로 장난치고 있다. 병건이가 찾아와 말을 건다. "샘, 안녕하세요? 아들인가요?"  "어" "걸을 수 있겠어요?" " 잘할 수 있겠지!" 이제 내게 남은 것은 아들에 대한 믿음뿐이었다.

20시 35분 나와 하람이는 짐을 가득 실은 김홍규 선생님의 차를 타고 먼저 곡성역을 출발했다. 이 차는 비상용 차량이다.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거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이용하기 위한 차량이다. 도보여행에서는 먼저 길을 살펴보고 시원한 물을 공급하고 점심식사 예약을 하기 위해 필요한 차량이다.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영등포역에서 22시 57분 기차를 이용하였다.

08월 03일(수)

새벽 01시 30분 곡성역에 도착하였다. 내려오면서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휘번쩍 빛나고 심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강풍을 동반한 지형성 폭우가 어느 곳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내리고, 조금 지나면 이슬비로 잔잔하게 젖어들었다. 도보여행이 걱정이다. '비가 이렇게 내리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

차를 타고 오면서 김홍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선생님은 둘째아이가 태어난지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이번 도보여행이 무리였는데, 동행팀의 간절한 요청에 의해 오지 않을 수 없었다. 김선생님은 지형을 파악하여 선두를 이끄는 능력이 탁월하다. 간혹 길을 가로지르는 모험으로 일행을 당황하게 만들지만 지나고 나면 다 그 모험적인 행동이 추억으로 남게 하는 재주가 있다. 도보여행의 추억은 김선생님의 길라잡이 행동에서 많이 나온다.

김홍규 선생님과 아이문제를 이야기 하였다.

 "홍큐샘! 둘째아이 잘 크지요?"

"아내의 딸자랑이 심해요. 이 이쁜것 누구한테도 줄수 없을 것 같다고 해요"

"큰녀석 준식이는?"

"이모집에 데려다 주고 왔어요. 그집에 준식이가 잘 어울리는 이종사촌이 있어요."

" 힘든 결정하셨네!"

" 원래는 준식이 한테 작은 아이가 태어나서 작은 아이한테 밀려난다는 느낌을 주기 싫어 오지 않을려고 했어요. 지금은 준식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나누어야 할 것 같아요. "

김홍규 선생님다운 마음 씀씀이다. 세심하게 배려하는 그 마음과 행동을 몇년째 경험하고 있다. 곡성역에 도착하여 잠시 눈을 붙이려고 역입구의 휴게실에도 누워보고, 돗자리를 펴고 개찰구 한쪽에 누워보기도 하지만 모기떼가 극성을 부려 잠을 잘 수가 없다. 아들녀석은 차안에서 잠시 잠을 자고 있고, 나도 차안으로 가서 잠을 자려 하지만 문을 열면 모기와의 전쟁이고, 문을 닫으면 더워서 답답했다. 이리뒤척 저리뒤척 하였다.

새벽 3시 10분 다른 일행과 만났다. 빗줄기가 굵게 내리고 있다. 아침밥 준비도 해야한다. 우비 준비도 해야했다. 김재철, 조태진 선생님이 우비를 사러 간 사이 아이들은 역 휴게실의 장기판에 앉아 장기를 둔다. 처음 장기를 두는 아이들 두세명이 한팀을 먹고 장기를 두면서 서로 알려주어서는 안되니 참 장기판 답답하다. 준비한 아침밥을 모기뜯기면서 먹고 새벽 5시 40분 곡성역을 출발했다.

시원한 아침바람이 불어오고, 간간히 비도 흩뿌린다. 그래도 걸을 수 있어 좋다. 나는 맨뒤에 서서 일행을 쫓아간다. 사람이 걸을 수 있다는 것, 머무르지 않고 다시 걸어야 한다는 것, 머무름은 떠나기 위한 준비이고, 떠남은 머무르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대나무줄기에 마디가 맺히는 것은 잠시 쉬면서 다시 솟아오르기 위함이듯 우리의 출발은 정착을 위해 시작되었다.

한시간 남짓 걷다보니 새벽 06시 10분 섬진강 둑방을 걷고 있다. 물줄기의 흐름을 거슬러 둑방을 따라 걷다. 섬진강을 거슬러 오를 줄이야..........그럴 사정이 있었다. 원래 건너려던 섬진강 돌징검다리 길이 넘쳐난 물로 파묻혀 버렸으니 8KM를 돌아 튼튼한 다리로 건너려 하니 거슬러 오를 수밖에 없었다. 비가 많이 와서 섬진강은 흙탕물이다.

새벽 06새 30분 거슬러 오르던 길을 건너 강물따라 걸어갈 다리 앞에 도착하였다. 45분 곡성군 고달면 동산리 고달교 천일식당 앞 다리밑에서 첫 휴식이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다리밑에서 휴식은 꿀맛 같다. 쉬면서 아이들에게 모래 한 알이 마라톤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마라톤 선수는 신발 속에 들어간 모래알 한 알때문에 42.195KM를 달리다 보면 아픔이 찾아오고 발바닥이 상하고 결국은 마라톤을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도보여행 첫 휴식까지 걷다보면 내 발과 운동화의 불편한 부분을 알 수 있다. 헐렁한 신발은 조여매고, 조그만 돌이 들어있으면 양말 벗고 끄집어내면 된다. 자기의 발모양에 가장 알맞은 신발형태는 없지만 발에 익숙한 신발을 길들일 수는 있다.

 

섬진강을 따라 걷다2.  

08년 03일(수)

아침 7시 천마산 기슭의 고달면 사이를 흐르는 섬진강을 오른쪽에 두고 강변길을 걸었다. 바람소리가 들리고, 아침을 여는 새소리가 들리고, 여치와 매미가 울고, 쓰르라미가 아침 이슬속에서 깨어나고 있다. 섬진강은 우리일행을 왼쪽 어깨에 둘러매고 흐르고 있다. 왼쪽 어깨에 길고 긴 동앗줄 같은 강둑길을 매고 거대한 몸뚱아리를 꿈틀거리며 걷고 있다.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뒤척이는 몸짓을 5백리에 걸쳐 한다. 김용택의 섬진강이란 싯구처럼 "섬진강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은 결코 아니었다. 강물의 양만이 문제가 아니다. 이 섬진강을 터전으로 살았던 수천년의 사람들과 삶, 그속에서 이루어졌던 역사와 문화를 그 누가 퍼가서 없앨 수 있을까?

아침 8시 두번째 휴식이다. 밤나무와 상수리 나무 그늘 밑이다. 섬진강주변 상수리 나무에 누군가 나룻배 한 척을 매어 놓았다. 하람이는 발바닥이 아프다고 하지만 으젓하다. 상수리나무에 매어있는 나룻배 한 척, 혹은 떠나려는 나룻배를 붙들고 있는 상수리 나무, 공간을 움직일 수 배와 공간에 붙박이한  나무........자연은 떠나려는 자는 붙들고, 붙어서 있는 자는 떠나 보내려 한다. 끊임없는 이별과 만남, 생성소멸의 자연성, 존재전이의 끊없는 유전, 그래 만물은 유전한다. 흘러흘러 물이 되고 흙이되고 떠나며 서며 계절을 바꾸고 시간을 바꾼다.

08시 50분 섬진강을 따라 걸은지 3시간 정도 흘렀다. 일행은 섬진강 도깨비대장 조각상이 세워져 있는 곳을 지나고 있다. 조금 더 가니 뺑덕어멈 고개가 나온다. 가파른 고개이다. 밑밑한 흐름의 길이 에둘러 휘감기듯 가파르게 몰아치는 길이라서 뺑덕어멈의 심술보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강물은 쭉 흘러간다. 길도 강물따라 조금씩 흘러 내리는 데 이곳만은 가파르게 휘어도는 폼이 제법 맵다.

09시 원두막에서 휴식을 하면서 양말을 벗었다. 발에서 열이나고 뜨겁다. 운동화 끈을 풀고 양말을 벗으면 세상 천지 이렇게 편한 것은 없다. 원두막 근처 산계곡에서 흐르는 물로 세수를 하였다. 

09시 30분 곡성군 고달면 두가리 두계천 다리를 건넜다. 두계산골 외갓집 체험마을 입구라는 이정표가 눈에 띄인다. 조그만 개천이 모여 큰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로 흘러 들겠지. 그리는 흐르는 이유는 낮은 곳이라는 이유밖에 없다. 낮은 곳을 흘러 갈 곳이다. 두계천을 건너 조금 더가니 섬진강 주변 쉼터로 세워 둔 원두막형 쉼터나 나왔다. 앉아서 빵과 우유를 먹었다. 빵을 씹는데 부드럽기 보다 질기다. 내 이가 신통하지 못한 모양이다. 잘못 씹어 통증이 왔다.

10시36분 하람이와 발걸음을 맞추며 동행을 하였다. 옆에 서서 걷는 아들의 동행이 되고, 녀석은 나의 동행이 되고..........내가 걷는 이유는 여기에 있나보다. 내가 걷는 이유는 아들이 걷고 있기 때문이고 아들이 걷고 있는 이유는 내가 걷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있으므로 내가 있다. 동행은 그래서 좋다.

11시 곡성군내를 걸어가는데 구례와 광주의 갈림길이 나온다. 이정표가 보이는 등나무 그늘에서 휴식이다. 잠시 담배 한대를 태우면서 하람이와 나는 영원한 한팀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벗어 던질 수 없이 운명으로 맺어진 너와 나는 한팀이다. 걸어오면서 아들녀석은 자꾸 내 걸음을 의식했다. 걸음걸이 맞추기 놀이를 한다. 한번은 나와 똑같이 걷는다. 내가 왼발나갈때 아들녀석도 왼발을 나간다. 군인처럼 발맞추어 걷는다. 그러더니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되자고 한다. 나의 왼발에 하람이의 오른발이 나가고, 나의 오른발에 하람이의 왼발이 나간다. 거울에 비추고 걷는 자신의 발걸음이다.

"그래, 하람이 너는 나의 거울이고, 나는 너의 거울이겠지. 너를 보면 내 아픔과 내 욕심과 내 슬픔이 뭍어나지. 그래 아픔이 묻어나는 거울..........."

"발맞추어 똑같이 걷기와 발바꾸어 다르게 걷기, 군인걸음과 거울걸음, 너와 나, 걸음은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자기 걸음을 언젠가는 네가 걸어가겠지. 네 걸음으로  단 한걸음이라도 걸어갈 수 있도록 늘 기도하지. "

거울과 유리의 차이처럼 하람이와 나는 동행이다. 나는 네게 투명한 유리이다. 너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네가 내 옆에 있으면 네 모습은 나를 통과하여 멀리간단다. 아무리 내가 네 앞을 가로막고 서 있어도 네 모습은 비추어진단다. 네 옆에 서면 나는 자꾸 나를 본단다. 뒷면을 색칠한 유리, 거울이 되어 너는 나를 자꾸 비추어준단다. 너와 내가 걸으면 너는 자꾸 나를 통과하여 먼곳까지 비추는데, 나는 자꾸 네모습에서 돌아오는 나를 만난단다.

12시 04분 유곡마을 정자 그늘에 앉아 점심식사로 비빔밥을 먹었다. 오전 7시간의 강행군 탓인지 밥을 먹은 후 너나 할 것없이 정자에 누워 낮잠을 잤다. 코고는 소리부터 머리를 가운데로 두고 다리는 보호막대에 걸치고 있는 모양이 시체놀이를 하는 플래시 몹을 연상하였다. 잠을 자지 않고 누워있던 하람이가 전하는 말에 따르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고 한다.

13시 30분 낮잠을 자고 난 후 다시 출발하였다. 출발하면서 뒤돌아보니 유곡마을의 <유곡정>이란 정자가 정겹게 다가왔다. 14시 30분 휴식을 하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나누어 먹었다. 다시 출발하여 15시 12분 황전북초등학교 용림분교에서 휴식을 하였다. 조그만 분교의 모습이 정겹다. 몸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내키만큼 낮아진 학교 교정을 보았다. 운동장에는 풀이 무성하게 자랐고, 몇시간 전에 동네 아이들이 놀고 갔는지 모래판 위에 금그어진 흔적이 남아있었다. 사람은 늘 흔적을 남기나 보다. 길위 한 걸음 한걸음을 걸으면서 그 발자욱을 만들고 그 발자욱을 만드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의 전부일게다. 운동장 플라타너스 나무 밑에는 매미 껍질이 벗겨져 있다. 이미 빠져나간 빈 껍질은 마치 투명한 돼지저금통같다. 어디론가 날아가 매미울음을 울고 있을 녀석의 껍질벗기 작전을 상상해 보았다.

껍질벗기, 가면벗기, 그래서 낯선 자기를 만나기, 여행이 이 작전을 성공하게 만든다. 여행은 우리를 낯설게 하여 자기를 바라보게 만든다. 보이지 않던 자신으로 되돌아 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여행이다.

17시 문척초등학교에 도착하여 야영을 하였다. 저녁식사를 만들어 먹고 샤워를 하고 텐트를 치고 잠을 잤다. 새벽에 비옷을 사러 구례역 근처까지 갔던 조태진선생님의 이야기가 있다.

김재철 : "지금 이순간 뭐가 생각나세요?

조태진 : "우비가 어디있을까 그게 걱정이에요. 선생님은 뭐가 생각납니까?"
김재철  : "사귀고 있는 사람이 가장 생각나요. 보고 싶네요."

 

섬진강을 따라 걷다3  

08월 04일(목)...............

간밤에 구토와 설사로 밤새 고생을 하였다. 초등학교에 설치된 수돗물이 원인인 듯하다. 비가 많이 내려 지하수로 오염수가 흘러들은 것 같다. 밤새 화장실을 오가며 구토하고 설사하고 힘들었다. 차를 타고 이동할까 고민하는데 설사 구토로 고생한 아이들이 4명이 발생하여 아이들을 차에 태우고 걷기로 마음먹었다.

08시 30분 문척초등학교를 출발하여 09시 20분 생고사리 가공공장 앞 나무그늘에서 휴식을 하고 다시 걷다가 10시 20분 도로 주변의 간이매점 옆 그늘에서 휴식을 하였다. 걷다가 쉬는 일이 무척 기다려지고 편안했다. 몸이 좋지 않은 탓에 자꾸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덩쿨로 얽힌 나무그늘에서 쉬는데 비가 내려 습한 기온이 솟아 오른다.

10시 43분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밤새 고생했던 몸이 땀이 쭉 흐른 뒤라 한결 가벼워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벚나무 가로수길을 걸었다. 여우오줌같은 햇빛이 찔끔찔끔 얼굴을 내민다. 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며 간혹 아주 잠깐 내리쬐는 햇살은 따가울 정도다. 우비를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며 걷는다. 아들녀석은 제 엄마가 챙겨준 우비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먹구름 한주먹 뻗치면 비가 내리고 햇살 찔끔거리면 사라진다.

11시 18분 버스가 서는 간이정류소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잠시 쉬면서 발바닥에 물집잡힌 친구들은 자주 치료를 한다. 12시 30분 화개장터 <전주비빔밥>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비빔밥을 양껏 먹고 화개장터 2층 정자위에서 낮잠을 잤다. 하람이는 제 동생과 자주 전화 통화를 하며 힘을 얻곤 한다.

13시 30분 다시 출발이다. 벚나무 그늘 밑을 거닐면 운치가 있다. 아니 운치를 즐길만큼 몸에 여유가 생겼다. 도보여행은 몸이 여유있어야 운치가 가능하다. 풍경의 아름다움이 먼저가 아니다. 내몸이 여유가 있어야 운치 있는 풍경길이 눈에 들어온다. 15시 50분 고소성 식당 앞 주차장에서 일행은 앉아서 휴식을 하였다. 16시 악양면 평사리 공원에 도착하여 야영준비를 하였다.

토지의  무대가 되는 곳, 평사리 산으로 둘러싸인 들판 저쪽 언덕 꼭대기쯤엔 최참판댁이 있으리라. 바람소리 들리고 물이 육중한 몸짓을 하며 흘러간다. 육중한 몸자태가 동아줄같기도 하고 구렁이 담넌듯 하다.

08월 05일(금)...............

09시 평사리 공원을 출발하였다. 첫날 37KM, 둘째날 26Km를 걸었으니 이제 지칠만도 했다. 일행의 짐정리가 더디고 출발 시간이 한시간 지연되었다. 꽤 걸었다. 어젯밤에 평사리 공원에서 영화 두편을 보았다. <남극일기>와 <아름다운 인생>이었다. 남극을 찾아 가는 과정에서 동료들을 죽이는 대장의 이야기와 결국 대장이 찾은 남극은 죽음(?) 아니면 후배 산악인 이란 내용으로 읽혀졌다.

10시 40분 배밭 옆 도로 그늘에서 휴식을 하면서 < 버리자!!!!!! 가벼워지자!!!!!!!!!>외쳤다. 먼길을 가려는 자는 많은 것을 버리고 가벼워질 필요가 있다. 너무 많은 등짐을 지고 걷다보면 쉽게 지치게 마련이다. 아주 오랫동안 한걸음씩 숨한번 쉬고 빗질하면서 걷다보면 아주 먼길을 갈 수 있으리라.

11시 50분 목적지인 하동 송림 공원에 도착하였다. 12시 20분 짜장면으로 점심을 먹고 13시 50분부터 섬진강에 뛰어들어 물놀이를 하였다. 15시까지 물놀이를 즐기다가 17시 아이들은 자유시간을 주었고 우리들은 가볍게 맥주한잔을 하였다. 18시 분식집에서 양푼이 비빔밥을 먹고 하동역으로 이동, 19시 서울로 출발했다.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 경 김형관 김재철 선생님과 인사하고 잠들었다.

도보여행...............

도보여행은 자발적으로 가난과 불편함을 선택하는 행위이다. 스스로 가볍게 만들고 스스로 불편함을 겪는 행위이다. 삶은 무의미하다. 무의미한 삶에 재미있는 사건하나 일으키는 것도 괜찮다. 내가 스스로 사건을 만들지 않으면 남이 만들어 놓은 사건에 내가 휘말려 살수밖에 없다. 도보여행하는 이벤트성 사건도 좋고, 자기가 하는 일속에서 만드는 사건도 좋다. 장인어른처럼 인삼을 키우는 재미있는 사건을 만들며 즐길 수 있다면 더 좋으리라. 어머니처럼 옥수수키워 자식들에게 나누는 사건도 괜찮으리라.

도보여행은 혼자 걸으면서 함께 걸음을 맞추는 동행이다. 함께 발맞추어 걸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거울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함께 걸어야 하는 이유를 주기도 한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유는 네가 걷고 있기 때문이고 네가 지금 걷는 것은 내가 걷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가 되고 풍경이 되는 의미찾기 이다.

거울이 되면 모든 것이 반대이다. 되돌아 온다. 너의 왼발은 나의 오른발이 되고 나의 왼손은 너의 오른손이 된다. 되돌아오는 그모습에서 나는 낯선 나와 만난다 . 너무나 익숙하고 편안했던 그래서 잊고 살았던 자기와 만난다. 도보여행은 낯선 자기를 만나 자신을 가볍게 만들고 많은 것을 버리는 일이다. 많아보았자 가지고 갈 수 없다. 버릴수록 오래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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