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萬里-나의 삶

내 생애의 편지

nongbu84 2010. 9. 5. 09:21

내 생애의 편지들

 

사람들은 편지를 씁니다. 감옥에서 편지를 쓰기도 하고, 군대에서 편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군대나 감옥은 사고의 응축이 가능한 공간입니다. '그 때 그 상황'을 낱낱이 분석하여 자기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편지에는 오랜 묵상에서 나온 찬찬한 생각을 정리하는 법입니다. 그런 편지는 아주 조용한 투로 쓰였지만 읽을 때마다 소름돌기가 온 몸에 쫙 돋아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집을 지은 듯 찬찬하게 이어지는 문장들은 진한 감동을 줍니다.

 

 

 

 

감옥에서 쓰는 글의 형태는 대부분 편지의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자기의 사상이나 경험, 그리고 새로 얻은 지식을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담아 전합니다. 신영복 선생이 형수나 아버지, 어머니께 감옥에서 편지를 썼고, 야생초 편지의 작가도 풀그림과 글을 편지속에 담았습니다. 가족에게 전하는 편지가 안부편지일 수 있으나 그 속에 엄청난 사상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는 안정성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가족끼리의 오손도손한 대화형식이지만 그 안에는 감옥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울궈낸 사고가 집약되어 있습니다.

 

 

편지는 대부분 자기의 내면에서 상대방과 주고 받는 대화를 하면서 씁니다. 대화 상대자는 곧 편지를 받을 사람입니다. 내면의 대화 속에서 글을 쓰고 늘 살아움직이는 마음을 봅니다. 빅터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보면 자기 아내를 늘 생각하며 살아있어야 할 이유는 찾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겨울철 언 땅을 파고 그 파는 땅은 곧 자기가 묻힐 곳임을 알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늘 자기의 마음속에서 아내와 대화하는 일이었습니다. 아내와 주고받는 대화를 상정하면서 곧 되돌아갈 곳이 있음을 자기에게 매일 확인시켜줍니다. 절망과 포기의 상태로 전락하지 않으려고 마음속에서 아내와 늘 대화하는 것입니다. 편지를 쓰는 과정도 비슷합니다. 편지를 써야 하는 절실한 이유를 편지 쓰는 상대와의 가상적인 대화를 통해 찾는 것입니다. 절망과 포기에 빠지지 않도록 늘 살아가야 할 희망을 찾는 과정입니다.

 

 

편지를 쓰는 과정은 대화의 과정이고, 자신과 문답을 주고받는 일입니다. 편지를 쓰면서 질긴 인연의 끈을 잡고, 관계의 망을 튼튼하게 짜는 일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그물코를 이어주는 벼리의 역할을 합니다.  

 

 

1. 자기 존재의 중요성을 알리며 썼던 생일편지

"우리들 각자는 그 누군가의 꿈과 희망이며, 우리는 그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존재입니다.우리들 각자가 태어나 살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누군가의 인생이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법입니다. 우리가 있으므로 이세상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으며,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으로 변하는 법입니다. 늘 우리 자신을 존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2.부모와의 갈등관계로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보낸 편지

부모의 인생으로부터 우리의 인생이 이어집니다. 우리의 인생은 또 그 누군가의 인생으로 이어집니다. 부모님은 헤어질 수 없는 혈연과 필연의 관계입니다. 친구나 애인은 헤어질 수 있지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헤어져도 남이 될 수 없는 사이입니다. 헤어질 수 없는 숙명의 관계라면 이해하는 관계로 변화를 모색해야 합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부모님도 이 세상 많은 사람들 중의 하나이며, 시행착오와 실수를 저지르며, 단점과 오류투성이인 존재입니다. 부모님의 그런 불완전함은 자식인 나만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지닌 장점은 누구나 좋아하지만 단점은 손가락질 하기 쉽습니다. 다만 자식인 나만이 그 단점을 감싸안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해한다는 것은 부모님의 슬픔과 아픔을 먼저 바라보는 일입니다. 부모님의 기쁨과 즐거움은 함께 할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아픔과 슬픔은 자식인 나만이 바라볼 수 있으며 감싸안을 수 있습니다.

 

3. 고통속에 성장이 있다.

조개껍질의 진주만들기, 갈매기의 높이 날아 멀리보기, 애벌레의 나비 탄생기 등을 통해 우리는 고통은 새로운 것에 도달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함을 알 수 있습니다. 동굴속에서 그림자만을 바라보며 그 그림자를 사실의 물체로 바라보는 어리석음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림자의 저너머에 있는 나무를 못보고 있습니다. 가짜의 세계를 벗어던지는 의문과 의심을 찬양합니다. 동굴밖으로 기어나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동료들의 비난과 시기를 감내할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 모든 과정은 참다운 이데아를 발견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에 불과합니다.

 

 

옹이진 나무마디는 상처가 난 곳이었습니다. 나무껍질이 벗겨지면 나무 껍질은 모여들어 옹이를 만듭니다. 아픈 상처를 단단하게 만드는 자연의 작용입니다. 옹이진 곳 다시 가지가 뻗어오르고 세상의 하늘을 향해 성장합니다. 아픔을 견디는 깊은 고독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 누구도 대신 아픔을 겪어줄 수 없고 오직 그 자신만이 그 상황을 돌파해야 되는 단 혼자만의 세상인듯한 외로움도 있습니다 .사막을 걷는 낙타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적어도 섣불리 오아시스가 바로 곁에 있다는 착각도 필요없습니다. 죽은 낙타의 썩은 시체와 뼈다귀를 보면서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 외로움도 하나의 과정입니다. 저너머 미래의 환상이 아닙니다. 저 아래 지나온 날들의 안온한 추억에 빠질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묵묵히 사막을 걸으며 건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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