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스무살의 청춘 - 인생의 사막을 건너는 방법
네가 스무 살이 되었구나. 스무 살의 청춘(靑春), 그 이름만으로도 벅찬 시기에 현실의 모순과 맞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는 네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믿음직하단다. 청춘, 그 푸른 봄의 시기는 특권이 있단다. 원하는 그 무엇인가를 이루려 노력해 볼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시간과 힘과 기회가 있단다. 네 젊음의 특권을 마음껏 누려 네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 살아가거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방향을 따라 네가 살아간다면 넌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단다. 나침반의 바늘 끝이 파르르 떠는 것은 북극을 가리키고자 하는 자신의 사명을 완수하려는 모습이란다. 나침반의 바늘 끝이 정지한 것은 고장 난 것이란다. 하람이 네가 흔들리며 아파하고 외로워하는 것은 네가 원하는 내면의 나침반이 있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성장의 고통을 겪는단다. 바람에 흔들리며 꽃은 피어나고, 몸살을 겪으며 조개는 진주를 만들고, 새는 높이 날아 멀리 볼 수 있기 위해 바람과 맞부딪치고,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꽃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몸속의 실을 뽑아 집을 만들고, 사람은 아파하고 외로워하는 청춘의 시간을 겪고 성장한단다. 바로 지금 이 순간(Right now) 바로 여기 이곳(Right here)에서 바로 네 스스로가 네 삶의 설계사이자 건축가로서 살아가며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한단다. 뜨거운 태양아래에 붉게 핀 장미를 내 손에 넣으려면 땀을 흘려야 하고 장미가시에 찔리는 아픔도 겪어야 한단다. 조금이라도 내 삶의 정원을 만들고자 하려면 허리 숙여 땅을 일구는 수고를 해야 하며 손톱사이에 흙이 박히는 아픔도 겪어야 한단다. 삶은 미래의 환상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영광에 있는 것도 아니란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네가 만나는 사람과 네가 하고 있는 일 속에 있단다. 삶은 다른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여기 이곳에서 네 마음이 원하고 느끼는 것 속에 있단다. 살다보면 내 손톱 밑의 가시는 맷돌만큼 커 보이고 다른 사람의 아픔은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단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화나면 화난다고 화내고, 외로우면 맘껏 외로워하며, 넓은 바다를 볼 수 있는 높은 산에 오르는 마음으로 네 삶을 살아가거라. 사람은 자신의 삶의 결정권을 스스로 행사할 수 있을 때 자유롭단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도 있단다. 마치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상태와 같단다. 길을 잃었을 때는 방금 전까지 걸었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보이는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야 한단다. 힘들다고 피할 수는 없단다. 어렵다고 그만 둘 수는 없단다. 가장 높은 봉우리에 올라야 지금까지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볼 수 있단다. 하람이 네게 어려움과 고난을 주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란다. 영광과 좌절을 주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단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고 까닭이 있단다. 또한 모든 삶의 상황도 다 이유가 있어 찾아온단다. 원래 세상이 중요한 일을 맡기려는 사람에게는 고통을 안긴단다. 몸을 힘들게 하고 마음을 흔들며 시험한단다. 그 고통을 견디는 자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긴단다. 고통은 세상이 네게 중요한 일을 맡기고자 하는 뜻이 숨어있단다. 고통을 견뎌내며 자기 길을 가는 자에게 하늘은 이 세상의 온갖 것들을 동원하여 도움을 주고 응원하며 갈 길을 활짝 열어준단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 삶을 존중하는 자에게 사람들은 신뢰와 존경을 표하며 사랑한단다. 하람이 너는 당장의 이익과 재미를 쫓아 사는 모습보다는 세상의 한 구석을 발게 비추는 역할을 맡기 위해 불편함을 스스로 선택하는 용기 있는 모습이 어울린다.
세상을 살다보면 넘어져서 주저앉고 싶을 때도 있단다. 견딜 수 없도록 외롭고 아플 때가 있단다. 삶은 견딜 수 없는 거지만 또 견뎌야 하는 것이 삶이란다. 넘어지면 넘어진 그곳을 짚고 다시 일어서야 한단다. 누군가 일으켜 줄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단다. 스스로의 힘으로 딛고 일어서야 한단다. 네가 힘들어 하는 그 상황과 너를 힘들게 하는 그 사람이 너를 가장 발전시킨단다. 네가 힘들어 하는 상황과 사람을 딛고 일어서 네 삶을 살아가거라. 위기는 기회이고, 한계를 보는 것은 그 일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며 넘어서야 할 과정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란다.
아빠는 일요일 저녁마다 함께 원각사까지 산책하는 시간이 가장 큰 행복이란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란다.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나의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시간을 나누는 일만큼 중요한 것은 없단다. 행복한 시간을 파는 가게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원각사에 도착하여 아빠는 마음으로 기도한단다. 우리 아이들이 큰 소망 가슴에 품고 노력하여 이루고 세상 한 구석을 밝게 비추는 사람이 되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기도한단다. 이제 아빠의 삶은 너희들 삶의 배경으로 자리 잡는 것이란다. 꽃이 땅을 배경으로 피어나고, 노을이 하늘을 배경으로 번지듯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배경으로 자리 잡아 풍경이 되는 것이란다. 어제도 너희들이 즐겁게 장난치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너희들의 걸음을 보았단다. 그 두 발로 이 세상을 살아갈 것이며, 그 마음으로 너희들 각자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것이란다.
아빠는 사는 모습이 정상을 목표로 올라가는 등산이 아니라 방향을 정해 끊임없이 가야하는 사막을 건너는 모습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단다. 끊임없이 선택과 결정을 하고 행동으로 옮겨 책임을 지며 사는 것 같았다. 다만 하나 남은 욕심은 사막을 횡단했을 때 풍화작용으로 사라질 기념비를 세우는 일보다는 아무도 모르게 훗날 다시 이곳을 건너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오아시스 하나 파두고 싶단다.
생일을 맞은 하람이에게 시 두 편과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Shifting Sands)>에 나오는 이야기를 선물한단다.
생일 선물로 주는 시 두 편 |
.......................................................신경림 시인의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김수영 시인의 <풀>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랍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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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갈 길이 뚜렷하게 보이는 산이라기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한 사막을 더 닮았다는 스티브 도나휴의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Shifting Sands)'은 인생이란 사막을 슬기롭게 건너는 지혜를 알려준단다. 캐나다에서 인기 있는 경영 컨설턴트이자 연사인 스티브 도나휴(Steve Donahue)는 20대였던 어느 날 막연히 사하라 사막으로 여행을 떠난단다. 유럽 여행 도중에 추위가 매서운 파리의 겨울에 질려 아무런 계획도 없이 태양이 작열하는 서아프리카의 열대 해변에서 2월을 보내겠다며 프랑스인 친구와 함께 남의 차를 얻어 타고 사하라 사막을 건너는 40여 일의 여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단다. 길을 잃고 사막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고, 자동차는 수시로 모래밭에 빠져 꼼짝 못하기 일쑤였단다. 정치가 안정되어 있지 않는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그에게 안전을 보장해주지도 못했단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스티브는 사막 한복판에서 포장도로가 끝나버린 것 같은 막막한 시기를 거쳤다고 고백한단다. 여러 직업을 전전했고 결혼과 이혼, 자녀 양육이라는 인생역정을 거치며 그는 인생이 정상을 목표로 하는 등산이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사막을 건너는 것과 닮았음을 깨닫게 된단다. 그의 방황은 목적지에 이르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지금 서 있는 곳은 어딘지 확신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었단다. 살다 보면 길을 잃을 때도 있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기도 하며, 신기루를 좇기도 한단다. 그리고 우리의 여행은 끝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단다. 그것은 마치 사막을 건너는 것과 같단다. 이제는 산을 오르는 법은 이제 머리에서 지우고 사막을 건너는 법을 배우라고 조언한단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 (Shifting Sands)> |
1. 지도보다는 방향을 가르쳐주는 내면의 나침반을 따라가라.
사막에 보이는 목표란 없다. 끝없는 모래와 자갈밭을 헤쳐가려면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 필요하다. 그것은 마음속에서 찾아야 할, 살아가는 방법 또는 존재하는 방법이다. 내면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알 수 있다면 길을 잃었을 때도, 지도가 없는 곳에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방향이 올바르다면 목표가 아니라 사막을 건너는 여정 자체에 중점을 둘 수 있다.
2. 오아시스를 만날 때마다 쉬어가라.
사람들은 이 일을 마치면, 이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시간이 날 거라고 생각하며 오아시스를 지나친다. 그러나 사막은 한없이 계속된다. 여가 시간과 주말, 사교의 시간을 빼앗는 핸드폰과 이메일로부터 해방되어라. 오아시스에서 지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고, 사막을 건너는 일에만 몰입하느라 소홀히 했던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 내게 필요한 사색의 오아시스, 친교의 오아시스, 반항의 오아시스, 대화의 오아시스를 찾아라.
3. 모래에 빠지면 바퀴의 바람을 빼라.
정체상태에 빠지면 자신만만한 자아에서 공기를 조금 빼내어야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인생을 살면서 바람을 빼야 할 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바람을 빼면 막힌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여행길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자의식때문에 춤추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누구도 어리숙해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예전에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때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자아(自我)에서 공기를 조금만 빼면 수많은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4. 필요할 때는 도움을 요청해라. 사막을 건너는 것은 고독과 외로움,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것 사이에서 춤을 추는 것이다. 인생의 사막에서는 때때로 다른 차에 깃발을 흔들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모든 일을 혼자 하려다 결국 구조를 받아야 할 상황에 처하기 전에 먼저 도움을 요청하라. 위기에 빠지면 각종 지원 단체에 손을 뻗어라.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대신 사막을 건너 줄 수는 없다. 가끔은 하늘과 맞닿은 은자의 처소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내면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을 느낄 수 있다.
5.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안전한 캠프에서 한 걸음 벗어나라.
안전하고 따뜻한 캠프파이어가 비추는 것은 진짜 세상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사막의 깜깜한 어둠으로 나아가면 새로운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고통스러운 현실은 최소한 예상은 할 수 있으므로 사막의 어둠보다는 덜 무섭다. 그래서 지겹고 스트레스로 가득 찬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불행한 관계도 참고 견디며, 낡은 습관을 고수한다. 우리는 사막의 어둠으로 나아가기에는 항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사막을 건너기 위해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삶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6. 열정을 가로막는 두려움과 불안감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
의술을 공부하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걱정, 하고 싶은 일 때문에 멀리 이사를 가면 부모님을 버리는 것이라는 죄책감, 가족을 떠나 혼자 생활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등 마음 속 열정을 가로막는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 그러나 사막에는 허상의 국경만이 아니라 하나의 여행을 마감하는 진정한 경계선도 있다. 진정한 경계선을 건너고 나면 또 다시 새로운 여행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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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여섯가지 내용에 하나를 더 하고 싶단다. 사막을 건넌 후에는 기념비를 세우지 말고 샘물 하나 파두고 떠나라고 말이다. 하람이 네 생일을 축하하며, 아빠는 너의 모든 것을 지지하고 응원한단다. 스무살 청춘의 열정과 외로움과 고민과 아픔에 존경을 표한단다. 하람아! 너를 사랑한단다.
2013.06.13(음력 5.5) 하람이의 청춘의 아픔과 함께하며 아빠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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