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萬里-나의 삶

친구

nongbu84 2015. 3. 6. 14:15

친구

 

친구가 손톱 밑의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는 날

 

나는 뒤란의 처마 밑에 쪼그리고 앉아

빗방울 떨어진 자국에 눈물 쏟아 담는다

 

친구가 맷돌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날

 

나는 허허로운 들판에 서서

바람에 티끌을 날리듯 마음바심을 한다

 

친구가 뒷산의 노을처럼 슬퍼지는 날

 

나는 뒷산에 올라

서녘에 주렁주렁 매달린 노을에 한 알을 더 매단다

 

친구가 옛날의 잘못보다 더 미워지는 날

 

나는 바다에 가서

집채만 한 파도에 숨은 바람을 미워한다.

 

친구가 오후 5시의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날

 

나는 시장에 가서

저녁 한 두릅을 사가지고 주막에 앉는다

 

친구는 낮술에 취한 아지랑이 논둑에서

잠든 봄밤에 만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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