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목(椄木) - 내 발목의 복사뼈가 도도록하게 튀어나온 이유
감나무의 발목 안팎으로 도도록하게 튀어나온 복사뼈를 본 일이 있는가
아버지의 낫으로 자른 고염나무의 밑둥치 어디쯤,
넘어진 그 자리에 찍힌 손자국을 짚고 일어서는 손바닥처럼
꼭 그 자리에 감나무 줄기를 잇대어 세월만큼 옹이진 피딱지,
그 안에 지난 가을 뱀은 초승달의 등뼈를 물어오고
햇살에 베인 억새는 몇날 며칠 목울대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들여 놓았다.
틈 속으로 서리가 스며들고 천둥번개가 치면
감나무는 몸을 비틀었다.
바위가 모로 돌아 눕던 봄
서로 부대끼며 한없이 부풀어 올라 터질 듯
마침내는 밀고 오르는 숨통이 트이고 처음의 젖줄이 흘러
흰 상여 같은 감꽃이 활짝, 활짝 피었다
접목하며 아파하지 않는 살들이 어디 있겠는가
잇대며 부딪쳐 도도록하게 튀어나오지 않는 인연이 어디 있겠는가
그해 아버지는 추운 겨울까지 감나무 꼭대기
홍시 한 개로 남아 까치를 보름 동안 기다리더니
어머니가 돈 사러 팥을 이고 장 고개를 넘어 간 사이
똬리를 틀어 내 발목의 복사뼈로 내려 앉았다.
쉰, 발목 언저리가 자주 가렵고 시큰거린다.
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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