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함민복의 글 <밥상을 들 때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두 사람에게 >

nongbu84 2009. 7. 17. 11:20

밥상을 들 때의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두 사람에게

함민복



          한 아름에 들 수 없어 둘이 같이 들어야 하는 긴 상이 있다

          오늘 팔을 뻗어 상을 같이 들어야 할 두 사람이 여기 있다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을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상 위에는 상큼하고 푸른 봄나물만 놓여지지는 않을 것이다

          뜨거운 찌개 매운 음식 무거운 그릇도 올려질 것이다



          또 상을 들고 가다가보면 좁은 문이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좁은 문을 통과할 때 등지고 걷는 사람은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을 믿고

          앞을 보고 걷는 사람은 등지고 걷는 사람의 눈이 되어주며

          조심조심 씩씩하게 상을 맞들고 가야 할 그대들



          한 사람이 허리를 숙이면 한 사람도 허리를 낮추어주고

          한 사람이 걸음을 멈추면 한 사람도 걸음을 멈춰주고

          한 사람이 걸음을 독촉하면 한 사람도 걸음을 빨리 옮기며

          조심조심 씩씩하게 그대들이 걸어간다면



          좁은 문쯤이야!

          좁은 문쯤이야!


          오늘부터 같이 상을 들고 가야 하는 그대들이여

          팔 힘이 아닌 마음으로 상을 같이 들고 간다면

          어딘들, 무엇인들, 못 가겠는가, 못 들겠는가

          오늘 여기 마음을 맞잡고 가야 할 두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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