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들 공부 1 - 삶은 죽음의 편이다

nongbu84 2016. 6. 29. 13:07

들 공부 1 삶은 죽음의 편이다

 

학교 가기 싫어 냇가 둔덕에서 들 공부를 했지

풀밭에 누우면 파란 바다 쏟아질 듯 몰려 오고

물고기들 촉, , 튀어올라 물, , , ,

바람의 살점에서 비린내가 났지

 

동네 아버지들은 건너 들판에서 논일을 하고

황소는 저벅저벅 논흙을 지려 밟아 써레질하고

누군가 논둑에서 미끄러지며 소리 지르는데

나는 너와 걷던 산 말랭이 솔숲 길을 생각했지

 

 

네가 그리워

살구는 시큼하게 익어 뒤란 장독대에 떨어지고

감나무 담을 넘어 꽃잎을 한 움큼 떨구었지만

너는 5월처럼 아카시아 꽃향기를 뿜으며 사라졌지

무던히 그리운 마음은

빈 집 마루 고양이의 졸음처럼 퉁퉁 부어오르고

등짝은 작대기에 후려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지

 

 

나는 삶의 편에 발 딛고 너를 간절하게 당겼지만

너는 죽음의 편으로 더 가깝게 당겨져 사라졌지

너와 나 사이 가깝지만 건널 수 없는 냇물은 흘러

건너 둔덕의 너처럼 나도 이쪽에 미루나무로 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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