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 공부 1 – 삶은 죽음의 편이다
학교 가기 싫어 냇가 둔덕에서 들 공부를 했지
풀밭에 누우면 파란 바다 쏟아질 듯 몰려 오고
물고기들 촉, 촉, 튀어올라 물, 어, 뜯, 는,
바람의 살점에서 비린내가 났지
동네 아버지들은 건너 들판에서 논일을 하고
황소는 저벅저벅 논흙을 지려 밟아 써레질하고
누군가 논둑에서 미끄러지며 소리 지르는데
나는 너와 걷던 산 말랭이 솔숲 길을 생각했지
네가 그리워
살구는 시큼하게 익어 뒤란 장독대에 떨어지고
감나무 담을 넘어 꽃잎을 한 움큼 떨구었지만
너는 5월처럼 아카시아 꽃향기를 뿜으며 사라졌지
무던히 그리운 마음은
빈 집 마루 고양이의 졸음처럼 퉁퉁 부어오르고
등짝은 작대기에 후려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지
나는 삶의 편에 발 딛고 너를 간절하게 당겼지만
너는 죽음의 편으로 더 가깝게 당겨져 사라졌지
너와 나 사이 가깝지만 건널 수 없는 냇물은 흘러
건너 둔덕의 너처럼 나도 이쪽에 미루나무로 서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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