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밤새 대나무 그림자가 소리 없이 쓸던 마당 질경이 가득 자라고
단정하게 빗었던 지붕머리 하얀 박꽃이 핀 듯 달빛이 환했어라
돌배가 장독대에 떨어지는 계절만큼 기억은 홑무늬조차 지워갔지만
아직도 빈 집에선 가지 끝 감 몇 알이 또 붉게 붉게 익었어라
비 그친 저녁 황토 물든 노을도 속적삼을 벗어 온 산을 덮고
뒤란 처마 감따던 바지랑대만 아직도 매달려 바람에 흔들렸어라
빈 집
옛날 대나무 그림자가 소리 없이 쓸던 마당 질경이 가득 자라고
단정하게 빗었던 지붕머리 하얀 박꽃이 핀 듯 달빛이 또 환했어라
돌배가 장독대에 떨어지는 계절처럼 기억은 홑무늬조차 지워갔지만
아직도 나라는 빈 집에선 가지 끝 감 몇 알이 붉게붉게 또 익어갔어라
비 그친 저녁은 황토 물든 노을조차 속적삼을 벗고 산을 넘었어라
뒤란 처마에 가지 꺾던 바지랑대만 남겨 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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