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腰痛) – 뼈아픈 해후(邂逅)
동네 입구 아름이 넘는 밤나무 밑으로 그늘 쐬러 갔더니
흰 뱀이 밤꽃을 물고 달아나다가 눈이 마주쳤다
그 얼굴이 너무 엄숙하여 여름의 오후처럼 멈칫 섰다
궁금하여 다음 날 그늘 옆 우물에 물 먹으러 갔더니
두레박줄을 타고 나팔꽃 넝쿨이 우물 속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 표정이 너무 상쾌하여 나도 따라 우물에 얼굴을 비추었더니
한때는 붉은 등줄기를 드러내며 등목 하던 소년이었다가
바람에 머리 빗고 비에 몸 씻던 억새풀 같은 사내였다가
사막을 혼자 걷는 낙타의 방울 소리가 슬픈 한 사람이 보였다
한 번도 귓불 빨간 봄 소식이거나
한껏 부푼 채송화 같은 웃음이거나
노을 품은 속 깊은 우물인 적이 없던
마음에는 사막의 모래바람만 가득 불고 있는,
그를 보고 돌아온 밤은 밤꽃 향기가 너무 진하여
집 대문이 저절로 열리고 장날에 놀러온 아이들처럼
별들이 한꺼번에 달려와 좋았지만
뼈에 스며든 후회 때문인지 요통이 찾아와 잠을 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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