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 2 - 시절 인연(時節因緣) : 매미와 거미
숲속 아침 오솔길 거미줄 천지다 거미줄이 이슬방울을 매달아 영롱하게 빛날 때 매미가 걸려 거미에게 생(生)을 전하고 있다
시절 가득 찬 매미의 울음, 그 생애를 마감하면 거미는 까맣게 타버리는 생을 시작하였으므로 언제나 여름이 가고 가을은 오는 것이다
시절을 기다린 거미, 그가 그려놓은 질서와 평형은 가을 내내 출렁였다 바람과 뜨거운 햇살까지 한없이 흔들리도록 인연은 뜨겁고 질긴 것이다
네가 짜놓은 삶의 그물에서 나도 그랬다 너와 나의 한 시절 인연 숨 막히려면 빈 갈대처럼 제 몸통 속에 흰 눈 가득 받아 내리는 생애를 한 천 번은 더 살아야 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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