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산(馬耳山) 3 - 부부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고개 숙여
동트는 아침의 봄 안개 속
공들여 쌓은 석탑에 두 손 모으는 것은
한 번도 사랑한 일 없이
나만을 고집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오후의 햇볕을
형벌처럼 이마에 받는 것은
매미 우는 숲처럼 시원한 그늘을
서로 만들어 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가을 들판의 바람소리를 함께 들으며
빨갛게 물든 저녁 강을 바라보는 것은
귓밥처럼 가볍고 고추씨처럼 단호한 떠남을
서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흰 눈 쌓인 겨울 아침을 기다리는 것은
먹물 찍은 붓끝으로 묵죽(墨竹)치듯 거침없이
짙고 옅은 연서(戀書)하나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당신과 내가 서로 마주 앉아
청솔 향을 맡으며 말없이 바라보다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처럼 은은하게
아직 다하지 못한 사랑을 하겠습니다
마이산(馬耳山) 3 - 부부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고개 숙여 저녁 어스름의 봄 안개 속 공들여 쌓은 석탑을 바라보는 것은 한 번도 사랑한 일 없이 나만을 고집하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구름 한 점 없는 여름 오후의 햇볕을 형벌처럼 이마에 받는 것은 매미 우는 숲처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내가 나란히 앉아 가을 들판의 바람소리를 함께 들으며 청솔 향을 맡는 것은 귓밥처럼 가볍고 고추씨처럼 단호한 떠남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흰 눈 쌓인 겨울 아침을 기다리는 것은 먹물 찍은 붓끝으로 묵죽(墨竹)치듯 거침없이 짙고 옅은 문장(文章)하나 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제 당신과 내가 마주 앉아 서로 바라보며 침묵하는 시간이 찾아오더라도 인연을 찾아 초승달을 지고 묵묵히 산을 넘는 워낭 소리를 듣는 귀는 열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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