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2
징검다리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네
개울 건너 누나를 찾아가려고
길게 뻗은 그림자를 먼저 건넸는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둔덕에서 마냥마냥 서성이네
흰 눈도 언 손으로 정성껏 받아
소담하게 쌓아 올린 디딤돌을 보면
더 낮고 더 깊게 뿌리내려
세찬 물살에도 휩쓸리지 않은
저이만의 생애가 높고 겸손하여
흰 눈이 눈부시지 않을 수 없네
산비탈 가랭이 논두렁 받치고 서서
찬별 된서리 지르밟을수록
깊게 맛 들인 고욤나무처럼 살다가
찬 개울 징검다리처럼
몸져 누운 나의 누이
차마 건널 수 없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귀 울음소리만 끌고 돌아서네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