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징검다리 2

nongbu84 2017. 12. 6. 16:41

 

    징검다리 2

 

징검다리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네

개울 건너 누나를 찾아가려고

길게 뻗은 그림자를 먼저 건넸는데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둔덕에서 마냥마냥 서성이네


흰 눈도 언 손으로 정성껏 받아

소담하게 쌓아 올린 디딤돌을 보면

더 낮고 더 깊게 뿌리내려

세찬 물살에도 휩쓸리지 않은

저이만의 생애가 높고 겸손하여

흰 눈이 눈부시지 않을 수 없네


산비탈 가랭이 논두렁 받치고 서서

찬별 된서리 지르밟을수록

깊게 맛 들인 고욤나무처럼 살다가

찬 개울 징검다리처럼

몸져 누운 나의 누이


차마 건널 수 없어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귀 울음소리만 끌고 돌아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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