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자작나무

nongbu84 2017. 12. 12. 12:48

 

자작 나무

 

떼 지어 돌아다니다가

춥고 높은 산비탈에 발 묶인

한 무리의 흰 말을 보았네

가파른 산맥을 뛰어넘던 허벅지

눈에 잠겨 더욱 하얗게 빛나고

저린 오금 한 번 폈을 뿐인데

흰 눈이 톱밥처럼 하얗게 쏟아지네

지난 여름 푸른 나비떼 날개짓 하듯

잎사귀 요란하게 수런거렸어도

그늘 하나 만들지 못했던 등짝을

찬바람 달겨 들어 후려치네

맑고 찬 하늘 향해 뻗은 가지 끝

눈꽃의 눈동자 초롱초롱한데,

 

늙은 산지기가 묶어 놓은

저 흰 말 고립되었어도

하얀 이빨 드러내어

찬란한 아침을 물어뜯고 서서

아주 천천히 빛나며 소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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