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나무
떼 지어 돌아다니다가
춥고 높은 산비탈에 발 묶인
한 무리의 흰 말을 보았네
가파른 산맥을 뛰어넘던 허벅지
눈에 잠겨 더욱 하얗게 빛나고
저린 오금 한 번 폈을 뿐인데
흰 눈이 톱밥처럼 하얗게 쏟아지네
지난 여름 푸른 나비떼 날개짓 하듯
잎사귀 요란하게 수런거렸어도
그늘 하나 만들지 못했던 등짝을
찬바람 달겨 들어 후려치네
맑고 찬 하늘 향해 뻗은 가지 끝
눈꽃의 눈동자 초롱초롱한데,
늙은 산지기가 묶어 놓은
저 흰 말 고립되었어도
하얀 이빨 드러내어
찬란한 아침을 물어뜯고 서서
아주 천천히 빛나며 소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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