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연 꽃 - 심재(心齋)좌망(坐忘)
못물 유난히 낭창낭창 차오르면, 내 등의 푸른 핏줄을 타고 마음은 연못까지 흘렀다 흘러들어 스며든 맘을 위해 작은 거처(居處)하나 내주는 것은 오랜 인정人情이었으므로, 스며들어 숨 멎을 듯 목까지 차오른 맘을 뱉어내는 것 또한 목숨 달린 것들의 인정人情이었으므로, 나는 네 몸을 비집고 들어가 법당(法堂)하나 세웠으니 저녁 바람 볼에 살짝만 스쳐도 팽팽하게 몸 부풀었다
모든 것 게워 낸, 텅 빈 방에 앉아 가만, 가만, 가지런히 마음 다듬으면 시절 인연(時節因緣)따라 계단을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 그 거친 숨소리, 당신 오실 때
뿌리에서 머리끝까지 솟아오른 그리움으로 밤하늘 달 되어 계단 층층마다 댓잎으로 묵죽 쳐 놓곤, 당신 잠방잠방 걸어오는 소리에 젖은 머릿결 윤기나게 다듬고 여름별 자맥질 치는 소리 한껏 듣다가 저 들판의 반딧불이 눈 짓무르도록 바라보다가, 저 총총한 별 끝내 가슴에 다 품고서야 이른 아침 고스란히 깨어나 당신 아주 환하게 맞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