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는 사내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우체부 자전거 뒤꽁무니를 붙들고
냇가 길을 따라 집으로 달려왔다
둠벙 물고기는 몸 속 가시를 휘어
은빛 비늘을 반짝였다
자전거를 타고 읍내 우시장 옆 중학교를 다녔다
송아지 팔려가는 날 새끼줄 눈물 흘리던
어미 소 제 새끼 등을 혀로 싹싹 핥아
둥근 가오리연 꼬리를 군데군데 만들었다
고등학교 때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출렁이는 육교를 넘어 시집詩集을 샀다
한용운의 님은 침묵했고
박인환은 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신경림은 제 속으로 울며 갈대를 흔들었다
산동네 옴팡 집에서 수음(手淫)하는 새벽
녹슨 교회 종소리가 들렸다
삶에는 손가락에 묻은 흰 분필처럼
지워지지 않는 바퀴 자국 같은 게 남아,
뒤돌아보면 이미 지나온 그곳에 길이 있었다
사람이 삶을 사는 거라기보다
자전거처럼 굴러가는 삶이
사람을 무척 그리워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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