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조차 사랑하자!
내가 가진 유일한 자산은 교육에 대한 가난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이다. 만승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을 맡았는데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의 어느 날 메일이 왔다.
<만승이의 고민>
오랜만에 이 생각을 해봤는데요. 어느덧 고3이 되고 이제 수능이 다가올 무렵 그저 어느 샌가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14살 중학생이 되어 학업의 관심을 갖고 17살 고등학생이 되어 수능공부를 중시하는 지금 수능이 끝난 후 만약에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 8살부터 시작해 19살까지의 의무교육으로 인한 11년 인생은 무엇이 되는 건가요..?
만약 대학이라는 목표 하에 그 목표만을 향해 달렸지만, 결국 도달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고뇌를 할 때 저의 11년의 학업은 무엇이 되는 건가요..?
왜 굳이 11년 동안 달렸는지 모르겠군요.. 물론 대학을 향한 목표가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하루를 위해 11년을 달렸지만 결과에선 실패작이 나올 때 그 무력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요..? 으 헝 헝 헝......
<나의 답장>
만승아! 시간이 참 빠르구나. 너를 만나 악수한 것이 엊그제 인데 벌써 고등학교 졸업반의 2학기, 그것도 수능 70여일을 앞둔 시간이 되었단다. 퇴근하는 시간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과 모여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너희들의 모습을 자주 보면서 기뻤단다. 1년의 짧은 만남을 영원한 친구관계로 발전시키는 너희들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도 하였단다. 한 번은 만승이 너희 집이 내 집근처라 차를 태워주겠다고 하자 친구들과 함께 가겠다고 정중하게 거절하던 만승이의 의리도 보았단다. 친구의 우정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인간관계란다. 서로서로 친하게 아주 오랜 시간 가까이서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되거라. 인디언들처럼 서로의 슬픔과 아픔을 등에 짊어지고 가는 자들이 되거라.
만승아! 대학입시의 결과를 바탕으로 되돌아보는 11년의 인생은 무엇이 되느냐고 묻는구나. 사람의 삶의 결과는 죽은 이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 한마디에 달려있겠지. 세상에 사는 사람들 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평가할 수 있을까? 과연 온전한 인생이라고 혹은 부족하고 모자란 인생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삶에 대한 평가는 인간의 몫이라기보다 하늘의 몫이라 생각한단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삶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살아있는 시간에 온전하게 노력하는 일이란다. 삶은 과정이지 결코 멈추어선 결과가 아니란다. 대나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성장하는 과정의 한 부분이지 결코 결과가 아니란다. 기나긴 인생의 과정에서 지나온 11년의 삶은 수능입시의 결과로 판단될 것이 아니라 과거 현재 미래의 긴 삶의 과정에서 한 부분에 불과하단다. 그 조차도 네 삶의 일부란다. 대학입시의 결과를 객관적으로 받은 네 모습은 전체의 모습이 아니라 아직은 시작이고 일부분에 불과하단다. 그 11년의 과정이 스스로 불만족스럽더라도 미워할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검토하고 성찰해야 할 삶의 과정일 뿐이란다. 불만족스럽고 어렵고 슬프고 아프더라고 그 아픔조차도 꼭 껴안고 사랑해야할 한 부분이고 과정이란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온전하고 온당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오히려 사람은 부족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실패하고 불완전한 모습으로 산단다. 결과가 나쁘더라도 그 모습조차 자신의 삶의 일부란다. 그 모습조차 사랑하는 것이 자기를 존중하는 일이란다.
만승아! 지금의 네가 너의 전부는 아니란다. 마찬가지로 11월 입시결과를 얻은 네 모습이 너의 전부는 아니란다. 그 모습은 네 인생 전체에서 일부분이란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의 한 부분에 불과하단다. 자신의 모습을 단정 짓고 한계를 짓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단다. 세상은 자주 한계를 네 눈앞에 들이대며 한계를 인정하고 수긍하고 받아들이라고 윽박지른단다. 그 한계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 모습으로 자리 잡는단다. 눈앞의 한계를 인정하지 말거라. 마음으로 네 인생 전체를 바라보고 뛰어넘어야 한단다. 장기적이고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네 인생을 바라본다면 수능이후의 네 모습은 아프고 힘들더라도 꼭 껴안고 사랑할 수 있단다. 이성적으로 비관적이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처럼, 눈앞에는 한계와 실패가 닥쳐와도 마음으로 네 인생의 미래를 사랑 하거라.
만승아! 사람이 살면서 실패를 겪는 일은 자연스런 일이란다. 결과가 실패로 돌아갔을 때 다시 일어서지 않는 것이 문제란다. 처음 겪는 일을 온전하게 온당하게 완전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단다. 시행착오 속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딛고 일어서는 거란다. 문제는 다시 일어서는 대신 자포 자기하는 일이란다. 자신의 가능성을 스스로 접고 스스로 한계의 금을 긋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는 것이 문제란다.
만승아 ! 만승이 네 안에는 네가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큰 거인이 들어있단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능력이 숨어있단다. 자신을 믿고 노력하는 거란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며, 거센 바람과 싸우지 않고 나는 새는 없단다. 노란 국화는 뿌리를 드러내려는 거센 바람과 빗줄기를 견딘 후 노랗게 피는 것이란다. 만승이 네 안에는 네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네 모습이 있단다.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고 세상 사람들의 꿈이 될 수 있는 네 모습이 숨어있단다.
만승아!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좋은 선물은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능력이란다. 절실하게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능력은 인간에게 내려진 신의 선물이란다. 또 미래를 알 수 없게 만든 것 또한 신의 선물이란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결정된단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은 부족하고 슬프더라도 내 인생이란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실수와 실패까지도 사랑하는 일이며, 자신의 슬픔과 아픔까지도 사랑하는 일이란다.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통해 다른 사람의 실패와 실수까지도 사랑하고 다른 사람의 실패와 실수까지도 사랑하는 길로 나가는 것이란다.
네 자신을 더 없이 사랑하고 아끼거라. 이 세상에 하찮은 인생이란 단 하나도 없단다. 늘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란다. 그 고민조차 사랑하자. 그리고 나는 만승이 너의 성공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너의 성실함과 삶을 사랑한단다. 힘내거라.
2009.09.01. 하늘이 푸르고 햇살이 맑은 가을날 여름지기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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