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박 승 균
나는 세상을 재단하고 판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프고 쓸쓸한 것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으리라.
나의 이야기는 그에게서 몸을 얻었고
그의 이야기는 내게서 마음을 얻었다.
모서리가 된 그는 대답이 없다.
짤막한 오후에 앉아 영원히 반복되어도 좋을 그리움으로
내가 걸어가는 길의 첫 문장이 된 그를 기다렸다.
길에서 만난 냉온의 문장 몇 개를
나를 참고 견뎌준 이 세상 모두에게 바친다.
2024년 봄, 박승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