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善若水-나의 가족

어느 학생의 <나를 위로하는 날>

nongbu84 2010. 3. 21. 21:03

1. 시 전문(全文)

나를 위로하는 날

- 이해인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나를 위로할 필요가 있네

 

큰일 아닌데도

세상이 끝난 것 같은

죽음을 맛볼 때

 

남에겐 채 드러나지 않은

나의 허물과 약점들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누구에게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부끄러움에

문 닫고 숨고 싶을 때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조금은 계면쩍지만

내가 나를 위로하며

조용히

거울 앞에 설 때가 있네

 

내가 나에게 조금 더

따뜻하고 너그러워지는

동그란 마음

활짝 웃어 주는 마음

 

남에게 주기 전에

내가 나에게 먼저 주는

위로의 선물이라네

 

2. 시의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한 나의 이야기

지난 12월. 00고등학교 홈페이지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올라온 날., 나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다. 그 날은 중학교 3학년 수학여행을 가지 못해 학교에서 야영을 하는 날이었다. 나는 야영활동 중 장기자랑 시간에 다른 사람들 보다 크게 웃었고, 준비했던 밴드 공연도 신이 나서 하였다. 고등학교 입학 전의 겨울 방학 또한 알차게 보냈다.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교육전문가’의 꿈을 가지고, 나는 청소년 해외 봉사단의 ‘희망 도서관 짓기 프로젝트’ 에 구성원으로 참가하였다. 해외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도네시아 어린이들에게 멋진 도서관을 꾸며주는 데 힘썼으며, 서울국제고등학교에서 내준 과제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였다.

드디어 3월 2일, 2년 가까이 꿈꾸며 준비하였던 00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내 꿈을 향해 한걸음 다가간 듯 했다. 하지만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시험과 수행 평가를 치루면서 발전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내 자신을 발견했다. 부족한 내 자신을 인정하는 일은 너무 힘들고 아팠다. 중학교 때 항상 회장을 하고, 학생회장도 했던 경험은 내게 고등학교 1학년 회장도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학급 회장마저 내게서 멀어졌다.

내 스스로를 위로하려고 했지만 너무 힘들었다. 나에게는 나를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나를 위로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니, 내가 나를 위로하였다. 나를 위로해줄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앞으로 열심히 하면 되지, 많이 부족한 만큼 너에게는 기회가 많은 거야.” 내 스스로를 달래고 추스렸다. 나는 잠을 못 이루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를 보며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하는 생각도 들었고, 원어민처럼 영어를 하는 친구들을 보며 학원하나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내 신세를 한탄했다. 하지만 부족한 내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겉으로는 항상 웃으려고 노력했다. 친구들은 내가 ‘실없이 웃는다’고했으나 나는 속으로 울고 또 울었다. ‘괜찮아, 괜찮아, 힘을 내라구, 이제부터 잘하면 되잖아.’ 겸연쩍지만, 거울을 보며 나를 위로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곤 하였다. ‘나는 남들보다 많은 경험을 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꿈이 있잖아. 나는 할 수 있어!’

맞다. 나는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했다. 여러 책을 읽고, 비전스쿨을 통해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교육전문가’의 꿈을 만들었다. 내 꿈을 향해 다가가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에 한국 해외 봉사를 주제로 탐방도 했으며, 서울시 청소년 의회에 참여도 했다. 어린나이에 대학생 형, 누나들과 해외봉사활동도 하였다. 무엇보다도 꿈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선택하여 00고등학교에 왔다. 그리고 영어를 원어민만큼 잘하고 토론과 발표도 잘하는 친구들과 함께 이곳에서 함께 수업을 듣는다. 내가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은 나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항상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나를 응원해주고 위로 해주는 내가 있어서 감사하다. 앞으로 힘들고 괴로울 날들이 많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내 꿈을 생각하며 00고등학교에 온 목표를 떠올리고, 나 스스로 위로하며 극복할 것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러 청소년들의 희망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 할 것이다. 그리고 항상 나를 응원하고 있는 여러 사람과 나 자신이 있다는 걸 잊지 않을 것이다.

'上善若水-나의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물고기 알이 전해준 행복  (0) 2010.08.12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   (0) 2010.06.28
분꽃  (0) 2010.01.04
사랑하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0) 2009.09.15
사랑하는 동녘이에게  (0) 2009.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