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서 걸어오는 아들에게
태풍이 몰아치는 늦여름.......태풍 ‘곤파스’와 ‘말로’가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가고 있단다. 가로수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교실 창문을 부수고, 우산을 뒤집어 꺾어버리면서 지나가고 있단다. 태풍 ‘곤파스’나 ‘말로’는 먼 어느 나라의 조그만 나비의 날개 짓에서 시작하였을 것이란다. 조그만 나비의 날개 짓이 바람을 일으키고 나중에는 먼 곳으로 이동하여 태풍을 일으키는 법이란다. 이른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한단다. 삶에서도 ‘나비효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단다. 동녘이 네가 사는 동녘이 너의 인생은 순간순간의 삶이 모여 이루어진단다. 순간순간이 모여 한 시간이 되고, 한 시간 한 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한 달 한 달이 모여 일 년이 되고, 일 년 일 년이 모여 90여년의 네 삶을 완성한단다. 그 만큼 순간순간은 최고의 시간이란다. 동녘이 네가 그 순간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네 삶의 방향을 정하고, 네 삶의 모습을 만든단다. 그래서 순간은 영원을 지배할 수 있단다. 순간의 동녘이 너의 마음가짐과 행동하나가 네 삶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이란다.
세상을 살다보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바로 지금이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지금 네가 하고 있는 일이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지금 네가 만나는 사람”이란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 이곳에서”에서 동녘이 네가 정성을 기울이는 일과 동녘이 네가 관심을 주는 사람에게 하늘도 감동할 정도의 온 마음을 기울이면서 살아가는 거란다.
동녘아!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란다. 중학교 3학년까지의 동녘이 네 삶은 동녘이 네 인생에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고, 다시 살 수도 없단다. 네가 16년의 삶을 게을리 살았든 아니면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든 이미 지나간 시간이란다. 후회해도 소용없고 오직 냉정한 반성을 통해 지금 바로 이 순간 네 삶에 성실하고 열정을 다하고 네 삶을 사랑할 수 있을 뿐이란다. 동녘이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란다. “현재를 잡거라(That's seize the day)" "바로 지금 이순간의 현재를 즐기거라(Carpe Diem)” 바로 지금 이순간은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고 유일하게 네 삶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란다.
동녘아! 미래 또한 네가 다가갈 수 없는 시간이란다. 미래는 도달 할 수 없는 시간이며, 기대와 예측만 할 수 있는 시간이란다. 네가 행복한 시간을 기다린다고 해서 그 시간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란다. 동녘이 네가 살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바로 지금 오늘의 시간이란다. 오늘 화단에 핀 장미꽃은 내일이면 질 것이란다. 오늘 시간이 있을 때 장미꽃을 네 것으로 거두고, 오늘 너의 피가 뜨겁고 열정이 넘치는 청춘의 시간에 네가 매력을 느끼고 가슴 뛰게 만드는 일을 마음껏 하거라. 두려워하지 말고 현재의 시간을 마음껏 살아가거라. 네가 누리는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과도 같단다. 세상의 넓은 싸움터에서 말 못하고 기 죽은 사람으로 살지 말고, 인생의 야영지에서 승리하는 영웅으로 살아가거라.
동녘아! 과거는 가버린 채로 남겨두고, 미래는 아무리 즐겁더라도 믿지 말며 오직 살아있는 현재에 가슴 뜨거운 일을 하거라. 네 가슴에는 세상을 뜨겁게 만들 심장이 있고, 네 머리위에는 네가 살아갈 길을 알려주는 하늘이 있단다. 동녘이 네가 살아가는 길은 바닷가의 모래밭을 걷는 일과 같단다. 네가 걸어가는 인생의 길은 먼 훗날 어떤 사람이 네가 걸은 길을 보며 다시 용기를 얻어 걸어갈 길이란다. 눈 덮인 들판에 네가 발자국을 남기고 가는 것과 같단다. 눈 덮인 들판을 걸은 동녘이 네 발자국은 뒷사람이 걸어갈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란다.
동녘아! 네 인생의 현재 시간은 단 한 번의 기회란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고,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거라. 현재의 순간 속에서 동녘이 네 가슴 뛰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거라.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단다. 내일은 약속할 수 없단다. 모든 현재의 순간은 단 한 번의 기회란다.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다음의 나를 만든단다.
동녘이 네게 인생의 기회가 찾아왔단다. 네가 비로소 네 가슴 뛰게 만들고 열심히 노력하여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단다. 인생의 기회는 기다린다고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 만드는 것이란다. 인생의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땀 흘려 만드는 것이란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면서 자유롭게 살기를 원한단다. 네가 스스로 네 걸어갈 길을 선택하고, 그 선택한 길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하고, 네 지금의 모습을 스스로 반성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이제 네 삶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란다.
동녘이 네가 네 삶에 애정을 갖고 네가 원하는 일에 열정을 다하고 네가 만나는 사람에 온 관심을 기울이면서 스스로 삶의 계획을 세우는 순간 너의 인생이 비로소 시작되었단다. 네 인생은 네 스스로 만드는 것이란다. 미래를 기다리지 말고 지금 현재 이 순간에 네 인생을 만들며 살아가거라. 네 스스로 네 인생의 방향을 선택하고, 선택한 것에 대해 열정과 정성을 다해 성취하고, 책임지며 살아가거라. 지금 너의 선택이 아주 작고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그 선택이 풍성한 네 인생을 만들 것이란다. 순간은 영원을 지배하며 순간의 선택과 행동하나는 삶의 모양을 만든단다.
조그만 도토리 씨앗이 큰 참나무를 만드는 것이란다. 처음에 씨앗을 뿌리면 작고 약해 보이지도 않지만 차츰 싹이 트고 비바람을 견디면 울창한 나무로 변한다. 털끝만큼의 차이가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든단다. 이것을 한자로 “호리천리(毫釐-千里)”라고 한단다. 순간적이고 아주 작은 선택이 네 삶의 모양과 방향을 만든단다. 이미 선택하지 않고 지나온 길에 대한 미련은 거두거라. 선택하지 않은 길,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가지면 자꾸 넘어지고 현재 가는 길을 걸을 수 없단다. 뒤돌아보면서 걸으면 자기 발에 걸려 자주 넘어진단다. 앞을 똑바로 바라보고 걸어가도 힘든 길인데 자꾸 뒤돌아보면 넘어지고 쉽게 포기한단다. 앞을 똑바로 바라보며 두 어깨 활짝 펴고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가거라.
동녘아! 세상은 자기가 가야할 길을 정해 가는 사람에게 그 길을 활짝 열어준단다. 오히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아는 사람에게 세상은 이 세상의 온갖 것들을 동원하여 도움을 준단다. 하늘은 스스로 자기 삶의 뜻을 정하고 자기 삶에 열정을 다하는 사람을 돕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돕는단다.
동녘아! 하늘은 스스로 자기 삶을 보살피는 사람을 도우면서 큰 고통도 함께 준단다. 이 세상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고자 하는 하늘의 뜻이란다. 큰일을 맡기려고 하늘은 몸을 힘들게 하고 마음을 혼란하고 어지럽게 만든단다. 그래서 그 힘든 과정을 겪고 나면 그 사람에게 이 세상의 중요한 일을 맡긴단다.
동녘이 네게 삶의 기회를 주고, 너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네게 세상의 중요한 일을 맡기려고 하는 하늘의 뜻이 숨어있단다. 너를 힘들게 만들고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너를 세상의 희망이 되고 세상 사람들의 꿈이 되게 만들기 위함이란다. 동녘이 너를 생각하게 만들고 무엇인가에 열정을 다하게 하는 것은 세상이 너를 통해 힘과 용기를 얻기 원했기 때문이란다.
동녘아! 세상의 힘든 것조차도 네 삶의 일부분이란다. 네가 겪을 슬픔과 아픔조차도 네 삶의 일부란다. 오히려 슬픔과 아픔조차도 꼭 껴안고 사랑 하거라. 그리고 네게 찾아온 인생의 기회는 어려움도 함께 찾아오는 법이고, 그 기회와 어려움은 같은 것이란다. 그래서 사람들은 “위기와 어려움은 곧 인생의 기회”라고 하는 것이란다. 지금까지 네가 살아온 것에 대한 미련은 접어두고 네게 찾아온 기회를 마음껏 활용하거라. 네 인생의 기회는 기다리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 땀과 정성으로 만드는 것이란다. 하늘도 감동할 정도의 노력과 정성이면 무슨 일이든지 원하는 길을 갈 수 있단다.
동녘아! 네 눈에 보이는 한계를 믿지 말고 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소리에 귀 기울이거라. 네 눈에 세상은 너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너의 단점을 끄집어내 한계를 보여준단다.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는 것이란다. 네 눈에 보이는 한계를 믿지 말거라. 자신의 능력의 한계가 자꾸 보이는 것은 그 만큼 그 일을 간절하게 이루기를 소망하고 있다는 증거란다. 한계는 뛰어넘으라고 존재하는 것이란다. 그 한계 너머에 동녘이 네가 원하는 삶이 있단다. 네 생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네 의지와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이란다. 인간이 지닌 “최고의 능력은 스스로 목표를 정해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이란다.
네게 찾아온 인생의 기회를 꼭 잡아 네가 가고자 하는 삶의 길을 가거라. 네게는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훨씬 많은 사람이란다. 네게는 실패하여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충분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으며, 시간이 있단다. 네 젊음의 특권을 활용하여 마음껏 도전하고 후회 없이 살아가거라. 네 눈에 보이는 한계에 무릎 꿇지 말고 네가 원하는 삶의 길을 걸어가거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너의 희망을 늘 바라보며 걸어가거라.
동녘이 지금의 모습이 너의 전부가 아니란다. 지금은 네 인생 전체에서 일부분에 불과하단다. 네게는 네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너의 진짜 모습이 숨어있단다. 네 안에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능력과 가능성이 숨어 있단다. 네가 깨닫지 못한 거인이 네 안에 들어있단다.
동녘이 네가 선택한 길을 가는 데 가장 방해하는 대상은 그 누구도 아니고, 어려운 환경도 아니란다. 바로 동녘이 너의 마음이 방해한단다. 세상에서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상대는 자신의 마음이란다. 해보지도 않고 실패할까 두려워하는 마음, 누군가가 이루어질 거라 의존하는 마음, 한계를 보고 지레짐작 포기하는 마음이 상대하기 어렵단다. 정말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기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한 마음을 이겨내는 사람이란다.
그중에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인생의 후회를 남기고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든단다. 성공의 반대어는 실패가 아니라 포기란다. 스스로 포기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단다. 자신의 선택도 하지 못하고 인생의 기회도 잡지 못한 채 살아간단다.
동녘아! 네 안의 두려움을 버리거라. 실패하더라도 네가 원하는 길을 우직하게 가거라. 큰 건물도 벽돌 한 장 한 장 쌓아올려 만드는 법이며, 천리 길도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가는 거란다. 우직하게 노력할 줄 아는 너의 성품이면 충분히 꾸준하게 할 수 있단다. 처마 밑의 바위를 뚫는 것은 지붕에서 쏟아지는 빗물의 세기가 아니라 꾸준하게 흘러내리는 빗물의 특성 때문이란다.
동녘이가 이번 여름 방학에 인도봉사활동을 다녀온 후 너무도 많이 변하는 모습을 보았단다. 스스로 자기 삶의 꿈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 노력하려는 모습으로 성장하였단다. 그래, 동녘아! 너도 이제는 네 삶을 스스로 책임질 만큼 충분하게 성장하였단다.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을 구분하여 살만큼 성장하였단다.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있는 것이고, 하지 않아도 되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 있단다. 네가 PC방에 가서 무의미함을 느꼈다면 동녘이 너는 지금 네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워 노력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증거란다.
인생의 시간은 넉넉하지 않단다. 자기 인생의 시간을 소비하며 살기에는 너무 시간이 아깝단다. 그냥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란다. 오히려 중요한 일을 하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을 자제하는 절제가 중요하단다. 빠삐용이란 영화를 보면 <인생의 시간을 소비한 것은 큰 죄>란 이야기가 나온단다. 그리고 로베레장군이란 영화를 보면 <그 때 그 상황에서 아무 일도 않은 것은 큰 죄>라는 이야기가 나온단다. 특히 젊은 시절에 인생의 중요한 꿈을 세워 노력하지 않거나 젊은 청춘의 시절에 자기 삶에 대한 정성과 애정을 쏟지 않는 것은 자기 인생에 대한 모독이란다. 동녘이 네게 인생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고, 너는 이제 네게 찾아온 기회를 잡고 네 삶을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단다.
동녘이 네가 열여섯 번째의 생일을 맞았단다. 아빠는 너를 한 남자로 온전하게 인정하는 의미에서 면도기를 선물하였단다. 그리고 엄마는 네게 네 인생의 시간을 스스로 관리하고 책임지라는 의미에서 네게 시계를 선물하였단다.
동녘아! 바다를 항해하려면 나침반과 항해지도가 필요하단다. 마찬가지로 동녘이 네 삶을 살아가려면 네가 가려는 목표지점이 있는 네 인생의 꿈의 지도가 필요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나침반 같은 열정과 애정이 있어야 한단다. 이제 네 스스로 만든 <동시통역사>의 길을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해 네 열정과 정성을 다해 보거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말거라. 실패는 성공에 이르는 교훈을 알려주는 좋은 교사란다. 실패하는 자들은 늘 변명과 핑계를 준비하고 있지만, 원하는 것을 이루는 자는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면서 꾸준하게 노력한단다.
너의 열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한단다. 스스로 자기 삶의 계획을 세워 노력하려는 동녘이의 앞길을 위해 엄마 아빠는 언제나 응원할 것이며, 네가 넘어지고 실패하더라도 엄마 아빠는 너의 영원한 팬이며, 너와 함께하는 편이란다. 사랑한단다. ........2010.09.14 동녘이의 열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면 아빠가 적다.
앞서 걸어보니.....
태풍이 몰아치는 늦여름......태풍‘곤파스’와 ‘말로’가 할퀴고 간 상처가 많이 남았단다. 등굣길의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집 앞 화단의 정원수가 넘어져 뿌리를 하얗게 드러내고, 교실의 앞 문 창이 바람에 날라 갔단다. 사람도 자기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인생의 고비를 만나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삶의 사연을 만든단다. 시간이 지나면 자신이 살아온 자리에서 추억의 싹이 돋아 그리움을 배우고 기다림을 배우고 고운 인연의 소중함을 배운단다.
사람들은 인생의 우여곡절과 고비를 넘으면서 인생의 지혜도 배운단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는 있는 힘을 다해 바위덩어리를 밀어 올려 정상에 도달하면 다시 굴러 떨어지는 ‘인생의 허망함과 부조리’를 경험하였으며, 프로메테우스는 하늘의 지혜를 훔쳐 인간들에게 나누어주었다는 이유로 코카서스 산의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내어주는 신의 벌을 달게 받으면서 나누어 줌의 가치를 배웠단다. 동양의 장자는 ‘오르는 길이나 내려가는 길은 그냥 길’이라는 자연의 이치를 깨달았으며, 공자는 ‘오르는 길의 영광이 쉽게 녹는 눈 같은 것’이라 겸손해야 한다는 것과 내려가는 길은 ‘다시 올라갈 수 있는 역동의 힘을 비축하고 있으므로 자신의 참모습을 발견하여 좌절하지 말라’는 처세의 윤리를 설파하였단다. 석가모니는 세상은 고통의 바다이므로 해탈의 길을 제시하기도 하였단다.
인생의 우역곡절과 사연을 만들며 수많은 현인들이 살아갔으며 인생의 지혜를 설파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념을 가슴에 담고 살았다는 점이란다. 시지프스는 바위덩어리를 올리는 신념을, 프로메테우스는 지혜를 나누어준다는 신념을, 장자는 ‘자연과 하나 되는 길’이라는 신념을, 공자는 ‘인간관계속에 사랑을 실천’하려는 신념을, 석가모니는‘고통에서의 해방’이라는 신념을 갖고 살았단다. 결국 그들의 삶은 신념을 가슴에 새겨 그 신념을 이루기 위한 일생이었고, 그 신념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은 인생의 지혜와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갖고 살았단다.
하람아! 삶의 신념이란 구체적인 직업을 목표로 삼는 것과는 다르단다. 단순한 ‘무엇’이 되겠다는 것이 신념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라는 것이 신념이란다. 이를 테면 ‘교사’라는 직업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교육을 어떻게 실현하는 삶의 추구’가 신념이란다. ‘유엔 사무총장’을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제 3세계 청소년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자립의지를 주는 삶’을 추구하는 것이 신념이란다.
하람아! 서두르거나 좌절하지 말거라. 서둘러 이루는 것은 아주 작은 것뿐이란다. 서두르면 금방 조그만 건물하나는 지을 수 있겠지만 금방 사라질 수도 있단다. 튼튼하고 도움 줄 수 있는 건물은 오랜 시간 기초를 다져야하하며, 더 깊은 땅을 파야 하고 더 넓게 땅을 파서 기초를 다지고 주춧돌을 세우고 기둥을 세워 지붕을 얻는 것이란다. 사람들은 지붕의 화려한 외모만 보고 그 집을 소유하기를 원하지만, 화려한 외모와 집의 크기를 쫓기보다 기초를 다지려 땅을 깊이 파는 우직한 땀과 정직한 노력이 중요하단다.
신영복 선생의 <나무야 나무야>에 나오는 일화 중에 <건축>에 관한 이야기가 있단다. 신영복 선생과 징역을 같이 살던 분은 목수였단다. 목수 노인이 어느 날 무엇인가를 설명하기 위해 집을 땅바닥에 그리는데 집을 그리는 순서가 평범한 사람들과 아주 달랐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붕부터 그리기 시작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그런데 노인 목수는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도리·들보·서까래·지붕의 순서로" 그렸단다. 여기서 신영복 선생은 현실과 괴리된 공부와 이론이 세운 구조물이 한 순간에 붕괴하는 낭패감을 느꼈고, 건축이라는 단어를 보면 목수를 상기한다고 했단다. 아빠는 그 이야기를 읽고 지붕의 화려함만 쫓고 그 지붕을 떠받치고 있을 기둥과 그 기둥을 지탱하고 있을 단단한 기초를 생각하였으며, 그 단단한 기초를 다지기 위한 고난한 노력과 땀을 생각하였단다. 집짓기를 원하기만 하였지 시작도 하지 못하거나, 시작만하고 끝내지를 못하는 삶을 반성하였단다. 모든 것의 출발은 기초다지기란다. 네 꿈을 이루려면 그 기초공사를 튼튼히 해야 하며, 누가 알아주지 않는 노력과 열정의 시간이 필요하단다. 하늘도 감동할 정도의 정성과 땀을 흘려야 한단다.
하람아! 네 신념은 이제 기초공사를 다지는 과정과 시간이란다. 그 결과가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않는 거란다. 결과는 하늘의 몫이고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기초를 다지는 일이며, 건축물을 지으려 준비하는 과정의 노력이란다. 네 신념은 더 강한 기초를 요구한단다. 너만이 할 수 있고, 남들은 알아주지도 않고 알 수도 없는 기초 공사를 해야 한단다.
하람아! 네 신념을 이루려는 노력의 과정에서 어려움과 고통은 필수란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여름 장마에 상처 난 뿌리를 갖고 있지 않은 국화는 없단다. 늘 자기의 사명을 다하려는 것들은 흔들리며 고민하며 어려움을 겪으면서 살아간단다.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이루는 것이며, 그것이 살아가는 일이란다.
신영복 선생의 글 중에‘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는 글이 있단다. 자기의 사명을 다하려는 나침반의 흔들림을 보면 자기의 신념을 이루려는 하람이 네 삶의 모습이 보인단다.
하람아! 사람은 구체적 상황 속의 구체적인 개인으로 자기 신념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아파하면서 외로워하면서 살아간단다. 그 삶의 흔들림 속에서 자기의 사명을 다하려 애쓰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단다. 그 신념을 이루려면 자기 삶에서 좋은 사건을 일으켜야 한단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신념과 뜻을 만나 좋은 사건을 벌이는 것이란다.
하람아! 아빠는 네게서 절망을 보았단다. 아빠는 네게서 외로움을 보았단다. 네게서 아픔을 보았단다. 절망과 외로움과 아픔조차 네 삶의 일부분이란다. 그 절망과 외로움과 아픔조차도 꼭 껴안고 살아가거라. 또한 아빠는 네게서 신념을 이루려는 강한 희망을 본단다. 네 삶의 뜻을 이루려 좋은 사건을 벌이는 너의 열정과 노력을 본단다. 너의 열정과 노력과 희망과 땀 또한 너의 모습이란다. 그 희망을 가슴에 새겨 살아가거라.
<홀랜드 오퍼스>라는 영화를 보면, 음악 교사로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떠나던 날, 제자들이 연주회를 마련해 준 자리에서 아버지는 벙어리 아들에게 존 레넌의 노래를 불러준단다. 울먹이는 음색으로 부르던 노래 속에 "인생은 계획을 짜는 순간부터 다가온다."는 노랫말이 나온단다. 네 삶은 자기 스스로 중요한 신념을 정해 한 걸음을 걷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었단다. 네 스스로 신념을 정해 걸음걸이의 계획을 세우는 순간, 그 순간이 네 삶을 출발하는 최고의 순간이었으며, 노력하는 과정이 가장 화려한 순간이란다.
하람이 네 삶을 출발하여 걸어가다 보면 수많은 일과 사건이 벌어지며, 의도적으로 좋은 사건을 일으켜야 한단다. 그 좋은 사건은 대나무의 마디와 같은 역할을 한단다. 대나무가 바람에 쉽게 꺾이지 않는 것은 마디를 만들어 성장하기 때문이란다. 네 주체적으로 좋은 사건을 일으키며 책임지며 살다보면 너의 삶은 강한 대나무처럼 부러지지 않고 푸를 수 있단다. 노력하는 하람이에게 아빠가 장자의 말씀을 선물한단다. 장자는“하늘이 장차 그 사람에게 큰 사명을 주려할 때 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그 힘줄과 뼈를 굶주리게 하여 궁핍하게 만들어 그가 하고자 하는 일을 흔들고 어지럽게 하나니, 그것은 타고난 작고 못난 성품을 인내로써 담금질하여 하늘의 사명을 능히 감당할 만하도록 그 기국과 역량을 키워주기 위함이다.”라고 하였단다. 네게 꼭 해 주고 싶은 이야기란다. 힘내고 용기 잃지 말거라.
하람아!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자만이 배를 만들어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단다. 배가 없으면 배 만드는 기술을 배워 바다에 가며, 사랑하는 사람이 붙들어도 자신이 가야할 바다를 향해 출발할 수 있단다. 아프지 말거라. 네 아픈 것은 아빠가 대신 아파줄 거란다. 아빠가 네 아프고 힘든 것은 대신 견뎌줄 테니 항상 건강하고 혼자 떨어져 있는 외로움조차 네 삶의 일부분으로 하면서 사랑하면서 살아가거라. 아빠는 너의 더운 숨결와 심장소리를 사랑한단다. 넓은 세상의 바다를 향해 더운 숨결을 내뱉으며 걸어가는 너의 발자국 소리를 사랑한단다.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너의 길을 묵묵히 가거라. 아빠 엄마는 영원한 너의 팬이고, 같은 편이란다. 사랑한단다. 네게 자신을 돌아보는 자화상에 관한 시 세 편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1. 윤동주의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2. 김진경의 <낙타>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오히려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 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 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 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주겠네.
때때로 오아시스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사막 건너의 푸른 들판을 이야기하진 않으리. 자네가 절망의 마지막 벼랑에서 스스로 등에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설 때까지 일어서 건조한 털을 부비며 뜨거운 햇빛 한가운데로 나설 때까지 묵묵히 자네가 절망하는 사막을 가리키겠네. 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네. 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까지는 거대한 육봉 안에 푸른 벌판을 감추고 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 사막 건너의 들판을 성급히 찾는 자들은 사막을 사막으로 버리고 떠나는 자.
이제 자네 속의 사막을 거두어내고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서게나. 자네가 고개 숙인 낙타의 겸손을 배운다면 비로소 들릴 걸세 여기저기 자네의 곁을 걷고 있는 낙타의 방울소리. 자네가 꿈도 꿀 줄 모른다고 단념한 낙타의 육봉 깊숙이 푸른 벌판으로부터 울려나와 모래에 뒤섞이는 낙타의 방울소리. 3. 최두석의 <거북이> 갯바위 위에 웅크린 거북이 한 마리 부서지는 파도 맞으며 뒤설레는 밤바다 응시하고 있다
운명의 행로처럼 등껍데기에 펼쳐진 세상과 세월의 지도 위로 별빛이 빛난다
애초부터 잔재주의 토끼와 경주할 생각은 없었다 묵묵히 생애를 걸고 제 길을 갈 뿐인 것이다. |
2010.09.10. 비염과 결막염으로 아파하는 하람이 목소리를 듣고 아빠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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