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萬里-나의 삶

명성산의 갈대-가을 , 혹은 더 낮고 더 느리게

nongbu84 2011. 11. 30. 15:57

가을, 혹은 더 낮고 더 느리게  

 

<가을, 혹은 더 낮고 더 느리게>


여름 볕은 들판을 분주하게 가로질러 달렸습니다.

성찰 없이 뛰어 논 피곤함이 몰려왔습니다.

비를 피해 나무 밑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그게 하필 모과나무였습니다.

모과가 노랗게 익어갑니다.

참 향기롭습니다.


가을 햇살은 터질 듯 살이 올랐습니다.

살이 오른 만큼 게을러져 들판을 느릿느릿 걷습니다.

벼 이삭이 고개를 숙입니다. 


가을 햇살은 가슴을 드러내 놓고 유혹합니다.

은행나무가 잎을 떨구며 나목으로 섭니다.

파란 하늘은 은행나무를 안고 수유합니다.

은행 알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코스모스 핀 길은 낮게 깔려 바닥에 길게 드러눕습니다.

그 길가에서 웃자란 사랑은 시듭니다.

그 길을 밟고 눈동자 까만 계집애가 뒷모습으로 걸어갑니다.


가을 볕 따가운 밭에서 수숫대는 대낮부터 코끝 빨갛도록 술을 마시고 술주정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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