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선 한 척
한 남자가 뻘에 모로 박혀 먼 수평선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다
그 남자 잔등에선 아주 늙은 세월이 앙상한 등뼈 드러내고
노을을 건져 올리던 그물을 아직도 어깨에 걸치고 있는데,
시장 사람들 삶을 흥정하느라 차양막 들썩여도
그 남자 패인 가슴 웅크려 속울음마저 끌어안았다
뛰어가던 바람도 갈대숲 숨어들어 숨을 고르고
치마 걷어 올리고 허연 허벅지 드러낸 초승달만
또 쓸쓸하게 떠올라 그 늙은 남자 가슴을 파고들어
안개 자욱하게 차오르는 포구의 솟대엔
갈매기 한 마리 제 날개 속으로 고개 파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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