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문 양옆 노란 국화 더미 눈가 주름은 자글자글해도
낫 들이대면 꽃대 베이지 않으려는 고집으로
독한 향을 내뿜었다 마당 가득 향내 진동하는 11월,
서리 내린 텃밭에 늙은 오이가 찬 몸을 드러내고
고춧잎은 시들어, 저걸 훑어다가 묻히면 맛있겠다
모과나무 휘어진 가지 끝엔 주먹만한 상념(想念) 몇 개
감나무 잔가지마다 붉게 물든 그리움만 주렁주렁,
낙엽을 쓸다가 아주 쬐그맣게 조각낸 나뭇잎을 물고
11월처럼 두 줄로 나란히 기어가는 개미떼를 보았다
성스러운 저녁 만찬을 위해 양식을 이고
집으로 향하는 퇴근길의 저 행렬,
단풍 붉게 물든 11월의 저녁을
가을의 경전(經典)으로만 읽을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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