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나는 이 가을

nongbu84 2017. 11. 17. 14:40

 

나는 이 가을

 

뒤란 대숲은 바람이 침략하여 흔들어도

서로 상처내지 않고 대오를 유지하는데

나는 이 가을 그리운 것들이 많아도

바람을 다독여 노래하는 법을 모르고

 

화단의 국화송이는 낫으로 제 목 잘라도

제 품 가득한 향을 날에 묻혀 보내는데

나는 이 가을 아직도 미운 것들이 많아

미움으로 칼날 시퍼렇게 벼르고 있으니,

 

비바람 치는 거리에서 곤두박질치고

부딪치며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서로 밀치고 부대끼는 나뭇잎들처럼

저 혼자 쓸쓸하게 고집부리며


훈련소 연병장에서 아들 뒷모습을

배웅한 퀭한 눈으로 텅 빈 하늘만

꼬나보다 돌아서는 아버지들처럼

철저하게 아무도 사랑할 줄 몰랐다

나는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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