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가을
뒤란 대숲은 바람이 침략하여 흔들어도
서로 상처내지 않고 대오를 유지하는데
나는 이 가을 그리운 것들이 많아도
바람을 다독여 노래하는 법을 모르고
화단의 국화송이는 낫으로 제 목 잘라도
제 품 가득한 향을 날에 묻혀 보내는데
나는 이 가을 아직도 미운 것들이 많아
미움으로 칼날 시퍼렇게 벼르고 있으니,
비바람 치는 거리에서 곤두박질치고
부딪치며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
서로 밀치고 부대끼는 나뭇잎들처럼
저 혼자 쓸쓸하게 고집부리며
훈련소 연병장에서 아들 뒷모습을
배웅한 퀭한 눈으로 텅 빈 하늘만
꼬나보다 돌아서는 아버지들처럼
철저하게 아무도 사랑할 줄 몰랐다
나는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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