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2 – 욕망의 호스
김장을 하려고 수도꼭지를 틀자
땅 속 저 밑에서 물줄기가 솟아올라
빨간 호스가 날뛴다 방향도 없이
그 놈의 모가지를 잡아채어 쥐고
저린 배추에 한껏 뿌려 볼 셈이지만
꿈틀거리는 저 욕망을 잠재울 수 없다
초승달의 시린 뺨을 핥아대더니
노릇노릇한 배추 고갱이 속에
손을 쑤욱 집어넣는가 싶더니
무릎걸음으로 몰려든 무청의 뺨을
찰싹찰싹 후려갈기는 거다
첫눈의 발등이 시퍼렇게 멍든 것도
다 이유가 있던 거다
어허, 저 놈 치대는 것 좀 봐라
땅 속 저 밑 뚫고 솟은 성깔머리
항아리 속에 가두어 겨우내
소금에 절이고 묵히고 익히면
잦아들 수 있을까
배춧잎 푸른 힘줄로 다시 살아나
하얀 김나는 쌀밥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는 걸 보면
애초 욕망은 죽지 않고
찬 밭에서 다시 살아나는
봄동 같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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