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아모르 파티 2 ᆢ 욕망의 호스

nongbu84 2017. 11. 20. 15:51

 

아모르 파티 2 욕망의 호스

 

김장을 하려고 수도꼭지를 틀자

땅 속 저 밑에서 물줄기가 솟아올라

빨간 호스가 날뛴다 방향도 없이

 

그 놈의 모가지를 잡아채어 쥐고

저린 배추에 한껏 뿌려 볼 셈이지만

꿈틀거리는 저 욕망을 잠재울 수 없다

 

초승달의 시린 뺨을 핥아대더니

노릇노릇한 배추 고갱이 속에

손을 쑤욱 집어넣는가 싶더니

무릎걸음으로 몰려든 무청의 뺨을

찰싹찰싹 후려갈기는 거다

첫눈의 발등이 시퍼렇게 멍든 것도

다 이유가 있던 거다

 

어허, 저 놈 치대는 것 좀 봐라

땅 속 저 밑 뚫고 솟은 성깔머리

항아리 속에 가두어 겨우내

소금에 절이고 묵히고 익히면

잦아들 수 있을까

 

배춧잎 푸른 힘줄로 다시 살아나

하얀 김나는 쌀밥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는 걸 보면

애초 욕망은 죽지 않고

찬 밭에서 다시 살아나는

봄동 같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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