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안개나루에서 보낸 편지

nongbu84 2017. 11. 14. 13:33

 

안개나루에서 보낸 편지

 

길 가다 인연 만나

한 시절 눈길 트다보면

민들레 강가 언덕에 앉아

노란 꽃망울 터뜨리리라

 

꽃잎으로 연지 곤지 찍던

연못에서 벚나무 그림자

물에 젖지 않는 슬픔도 보고

 

잠깐 한 때 미워지는 날이면

목이 베여도 향을 뿜으며

푸른 하늘을 노려보는

독한 국화의 눈빛을 보리라

 

길 가다 때가 되어

영영 이별이 찾아오면

기러기 달을 물고

혼자 날아가리라

 

잘 익은 슬픔으로

달빛 노래하면

홍시 몇 개 붉어질 테고

 

부록 같은 계절 몇 권 넘겨

다시 집에 돌아오면

세찬 눈보라 피해 처마 밑을

찾아든 멧새 한 마리를 위해서도

볍씨 몇 개 놓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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