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나루에서 보낸 편지
길 가다 인연 만나
한 시절 눈길 트다보면
민들레 강가 언덕에 앉아
노란 꽃망울 터뜨리리라
꽃잎으로 연지 곤지 찍던
연못에서 벚나무 그림자
물에 젖지 않는 슬픔도 보고
잠깐 한 때 미워지는 날이면
목이 베여도 향을 뿜으며
푸른 하늘을 노려보는
독한 국화의 눈빛을 보리라
길 가다 때가 되어
영영 이별이 찾아오면
기러기 달을 물고
혼자 날아가리라
잘 익은 슬픔으로
달빛 노래하면
홍시 몇 개 붉어질 테고
부록 같은 계절 몇 권 넘겨
다시 집에 돌아오면
세찬 눈보라 피해 처마 밑을
찾아든 멧새 한 마리를 위해서도
볍씨 몇 개 놓을 것이리라
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