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밤
가을 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끼워두었다
겨울 밤 책장을 넘기다가 문득 발견한
낙엽의 손금 따라 빨간 샛강이 흐르고
갈대는 머리를 흔들어 노을을 털어냈다
미루나무 줄지어 선 둔덕 길을 따라
걸어가는 네 뒷모습이 마냥 애틋하다
마른 이름으로 다시 강물이 흐르고
내 마음은 붉은 홍시를 주렁주렁
뒤란 항아리에 짚을 깔고 재워둔 홍시도
맞춤 맞게 익어 둥근 살얼음만 남기고
쏙 빼먹는 홍시의 언 맛은 뭉클하여
다시 네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보고
겨울 감나무에 매단 붉은 내 마음
겨울 까치가 쪼아 먹고
감잎 우표를 붙인 연서(戀書) 한 통 물고
봄의 언덕에 선 네게 날아가기를
마냥마냥 바라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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