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아모르 파티 3 - 동행(同行)

nongbu84 2017. 12. 1. 19:39

 그림자

 

저마다 그림자 하나 끌고 다니네

제 몸 턱턱 걸치면서 접는

 일터의 계단을 내려와

 퇴근의 저녁이면 찬 바닥에 길게 눕는,

막다른 골목에서 허리 꺾이고

문턱에 걸려 비틀거리고

바짝 오그라든 마음 제대로 풀려

서성이는 저 가등 아래의 실존(實存)

 

비와도 우산 하나

씌워 주지 못하고

처마 밑에 혼자 두고

술을 마신 날이 많았네

흥건하게 젖은 슬픔

둘러맨 어깨가 야위었네

미루나무처럼 길게 뻗은

멀고 외로운 눈빛

외로움 아닌 것들을 내보이려

슬픔 아닌 것들을 내보이려

자주 해바라기를 사랑했지만

모든 계절을 피는 게 아니었네

 

초승달만이 

발목을 꽉 붙들고 길게 드러누운

그림자의 잔등을 고생했다며 토닥이고

된서리 맞아 언 상처 혓바닥 날름거리며

싹싹 핥아 닦아주네

 

저마다 그림자 하나 둘둘 말아

처마 밑에 매달아 놓고

 집으로 들어간 저녁

산도 그제서야 강물에 

제 그림자 발목부터 씻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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