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어느 저녁 술집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볼 즈음
길 건너 만두가게에
한가득 김이 피어올랐네
만두 찌는 양은 솥
엉덩이 들썩 어깨춤 덩실
하루의 무게도 잠시 내려놓고
김은 솟아 틈새 가게는
하얀 안개 자욱하게 둘러 싸인 듯
함께 오래 늙은 친구와 만두와 술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흰 눈 위 볏짚을 태운 재처럼
검은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
하얀 김에 둘러 싸여 기다리네
친구 떠난 세상의 겨울은 자주 아파
춥고 쓸쓸하고 출출하기까지 하여
고기보다 김치 만두가 맛있다고
생각하며 친구를 그리워하는 건
시금털털한 맛이 나도
동안거(冬安居)에 들어
깊게 자아내고 길게 길어 올린
오래 묵은 김치 속이
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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