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만두

nongbu84 2017. 12. 4. 14:27

 

만두

 

어느 저녁 술집에 앉아

창 밖을 바라볼 즈음

길 건너 만두가게에

한가득 김이 피어올랐네

 

만두 찌는 양은 솥 

엉덩이 들썩 어깨춤 덩실

하루의 무게도 잠시 내려놓고 

김은 솟아 틈새 가게는

하얀 안개 자욱하게 둘러 싸인 듯

 

함께 오래 늙은 친구와 만두와 술을

먹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흰 눈 위 볏짚을 태운 재처럼

검은 목도리를 두른 사람들

하얀 김에 둘러 싸여 기다리네

 

친구 떠난 세상의 겨울은 자주 아파

춥고 쓸쓸하고 출출하기까지 하여

 

고기보다 김치 만두가 맛있다고

생각하며 친구를 그리워하는 건

시금털털한 맛이 나도

동안거(冬安居)에 들어

깊게 자아내고 길게 길어 올린

오래 묵은 김치 속이

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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