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안개 – 화순 세량지
이른 아침 흰 두루마기를 입은 사내의 하얀 입김 하악하악
연못 가득 피어올라 푸른 솔잎 사이를 스며드네 꼬드기지 않아도
제 맘 스스로 풀무질한 산꽃송이들 제 맘 스스로 뜨거워져 붉게 물드는데
기어코 연두빛 수양버들 치마 걷어 올리고 물속으로 자박자박 걸어 들어가
제 종아리 한껏 적셔 뽀얀 살을 드러내는데
그 사내 흥에 겨워 배꽃처럼 환한 춤사위에 절창 한 자락 읊조리면
산새들의 봄노래 시끌벅적 산새들의 봄 향기 사뿐사뿐 번져
왕벚나무 온 산에 흐드러지게 꽃 잔치를 벌이고
괜히 겨울 논으로 출타했던 햇볕 돌아와 사랑의 뭇매를 환장할 듯 내리쏟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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