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목(椄木) 1
낫으로 자른 고염나무의 밑둥치 어디쯤,
등걸 위 나이테의 왼쪽 어깨쯤이라 하자
넘어진 그 자리, 자국을 짚고 일어서는 손처럼
베인 그 자리에 감나무 가지 잇대어
계절만큼 뭉친 옹이
그 안에 뱀은 초승달의 등뼈를 물어오고
억새는 몇날 며칠 목울대까지
차오르는 울음 들여 놓았다.
서리 스며들고 천둥번개 치면
감나무 몸을 비틀었다
서로 부대끼며 부풀어 터질 듯
마침내 밀고 오르는 숨통 트이고
처음의 젖줄이 흘러
흰 상여 같은 감꽃이 활짝, 활짝 피었다
잇대며 부딪쳐 도도록하지 않는 인연 어디 있을까
그해 아버지는 겨울 막바지까지
가지 끝 홍시로 남더니
똬리를 틀어 내 발목 복사뼈로 내려앉았다
발목 언저리 자주 가렵고 시큰거린다
접목(椄木) 2
아버지의 낫으로 자른 고염나무 밑둥치 어디쯤,
넘어져 찍힌 손자국 그 자리에 손가락 맞추어
다시 되짚고 일어서는 것처럼
꼭 그 자리에 제 가지를 잇대어 일어선 감나무
그 옹이 안에 뱀은 초승달의 등뼈를 물어오고
억새는 몇날 며칠 목울대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들여 놓았다
틈 속으로 천둥 번개 치고 서리가 스며들면
제 몸을 비틀어도 끊어지지 않은 힘줄들만 남기어
서로 부대끼며 한없이 부풀어 올라 터질 듯
마침내 밀고 오르는 숨통이 트이고
봄, 처음의 젖줄이 흘러
흰 상여 같은 감꽃이 활짝, 활짝 피었다
잇대며 부딪쳐 도도록하게 튀어나오지 않는 인연이 어디 있을까
아버지는 겨우내내 감나무 꼭대기
홍시 한 개로 남아 봄까지 기다리더니
어머니가 돈 사러 팥을 이고
장 고개를 넘어 간 사이
똬리를 틀어 내 복사뼈로 내려앉았다
발목 언저리가 자주 가렵고 시큰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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