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2. 접목(椄木)

nongbu84 2018. 1. 26. 14:50

 

접목(椄木) 1

 

낫으로 자른 고염나무의 밑둥치 어디쯤,

등걸 위 나이테의 왼쪽 어깨쯤이라 하자

넘어진 그 자리, 자국을 짚고 일어서는 손처럼

베인 그 자리에 감나무 가지 잇대어

계절만큼 뭉친 옹이

 

그 안에 뱀은 초승달의 등뼈를 물어오고

억새는 몇날 며칠 목울대까지

차오르는 울음 들여 놓았다.

서리 스며들고 천둥번개 치면

감나무 몸을 비틀었다

 

서로 부대끼며 부풀어 터질 듯

마침내 밀고 오르는 숨통 트이고

처음의 젖줄이 흘러

흰 상여 같은 감꽃이 활짝, 활짝 피었다

 

잇대며 부딪쳐 도도록하지 않는 인연 어디 있을까

 

그해 아버지는 겨울 막바지까지

가지 끝 홍시로 남더니

똬리를 틀어 내 발목 복사뼈로 내려앉았다

발목 언저리 자주 가렵고 시큰거린다



접목(椄木) 2

 

아버지의 낫으로 자른 고염나무 밑둥치 어디쯤,

넘어져 찍힌 손자국 그 자리에 손가락 맞추어

다시 되짚고 일어서는 것처럼

꼭 그 자리에 제 가지를 잇대어 일어선 감나무

 

그 옹이 안에 뱀은 초승달의 등뼈를 물어오고

억새는 몇날 며칠 목울대까지 차오르는 울음을 들여 놓았다

틈 속으로 천둥 번개 치고 서리가 스며들면

제 몸을 비틀어도 끊어지지 않은 힘줄들만 남기어

 

서로 부대끼며 한없이 부풀어 올라 터질 듯

마침내 밀고 오르는 숨통이 트이고

봄, 처음의 젖줄이 흘러

흰 상여 같은 감꽃이 활짝활짝 피었다

 

잇대며 부딪쳐 도도록하게 튀어나오지 않는 인연이 어디 있을까

 

아버지는 겨우내내 감나무 꼭대기

홍시 한 개로 남아 봄까지 기다리더니

어머니가 돈 사러 팥을 이고 

장 고개를 넘어 간 사이

똬리를 틀어 내 복사뼈로 내려앉았다

발목 언저리가 자주 가렵고 시큰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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