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처음
박 승 균
위-이-잉, 벌 떼가 수런거리던 거기,
나무가 몸살 앓는 소리를 듣다가 깜박 졸았는데,
하얀 블라우스에 분홍 주름치마 입고 다가오는 선생님,
내 눈을 바라보던 봄의 눈빛,
나는 연두 잎처럼 녹록지 않게 짙어가고
감춘 것 들키기라도 한 듯
어쩔 줄 몰라 눈길 줄 곳 찾는 데,
보는 곳마다 헤실헤실
벚꽃이며 살구꽃이며 노란 산수 유까지 피어나고
손에 쥐었던 꽃목걸이 짓물러 손바닥에 꽃물 흥건했다
햇볕같이 따뜻한 눈물이 그만 뚝,
두 눈을 눌러 닦아주던 결 고운 손가락
아득해지는 자리,
감꽃 수북하게 떨어진 돌무덤에 앉아
내 배꼽 영그는 소리 오래도록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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