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하람이 보거라 : 일기일회의 실존적 삶 속에서 마음으로 세상 살아가기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후 열 아홉 번의 계절이 바뀌고 열아홉 번의 편지를 보내고 열 아홉 번의 기쁨과 희망이 찾아왔단다. 네가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이 세상은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뀌고 있으며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변하고 있단다. 네가 있으므로 그 누군가의 인생은 아주 행복해지고 있으며, 너로 인해 그 누군가의 인생은 행복해지고 있단다. 너는 이 세상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세상의 꿈과 희망이란다. 하람이 넌 세상의 기대와 소망이 담긴 사람이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다 그 이유가 있으며, 까닭이 있단다.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것도, 바람이 부는 것도, 저녁에 어둠이 찾아오는 것도, 아침에 해가 동산에 떠오른 것도, 감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도, 노을이 붉게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단다. 길가의 돌멩이 하나가 있는 것도, 웅덩이에 물이 고이는 것도, 비가 내리고 눈이 내리는 것도, 고구마가 새싹을 틔우는 것도 다 그이유와 까닭이 있단다. 세상 모든 것의 탄생과 죽음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고, 시작과 끝의 한계성을 준 것도, 성공과 실패가 같은 일이 되는 것도 다 그만한 이치가 있기 때문이란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일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란다. 하늘의 계획이 있고 세상의 설계가 있기 때문이란다. 하람이 네 인생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는 네 인생의 꿈과 소망이 있기 때문이며, 하람이 너만이 맡아 책임질 수 있는 세상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태어나 살고 있단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도 하람이 네가 태어나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의미가 있고 존재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단다. 길가에 핀 풀 한 포기도 네가 있기 때문에 바람에 흔들리며 있는 거란다. 강물이 흐르는 것도 하람이 네가 걸을 수 있는 강둑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살아가면서 우여곡절의 사연을 만들고, 간절한 인연의 노래를 부르며, 굴곡의 오르내림을 겪는단다. 연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자신이 태어난 모천(母川)으로 되돌아가며,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면서 단단한 바위를 만나면 에돌아가고, 바위가 조그만 빈틈을 보이면 산산히 부수고 나아가 결국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자신의 자리를 정하며, 밤은 깊은 어둠 속에서 별을 더욱 빛나게 만들며, 꽃잎은 비에 젖으면서도 향기를 잃지 않으며,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에 향을 발라 보내면서 향기를 전한단다.
국화는 여름 장마와 폭풍우 속에서 자신의 꽃모양을 만들어 가는 사연을 지니고 있단다. 여름 뿌리가 드러나도록 위협하는 장마와 바람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땅속으로 뿌리를 더욱 힘 있게 내리며 세상 인연의 끈을 맺는단다. 가을에 피는 국화는 오히려 자신이 그 아름다운 모양과 향을 지니도록 한 여름의 고단한 시간에 감사하는 법을 배운단다. 그 어려운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꽃을 피울 수 있었기 때문이란다. 어려움도 다 까닭이 있는 것이며 다 한 때란다. 위기와 고난의 시간도 까닭이 있고 이유가 있으며, 그 고난의 시간을 겪는 것도 거쳐야 할 한 시기이며, 다 한 때의 일이란다.
사람이 살면서 겪는 고통과 어려움도 다 뜻이 있고 계획이 있단다. 고난과 불편함도 다 이유가 있고 까닭이 있단다. 하늘은 스스로 자기 삶을 돌보는 자를 도와주며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응원한다. 그러면서 세상의 큰일을 맡기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큰 고통도 함께 부여하여 시험한단다. 몸을 힘들게 하고 마음을 고단하게 하여 시험한단다. 그 고통을 겪고 난 사람에게 하늘은 큰일을 맡겨 온갖 정성을 내리고 도움을 준단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법이란다. 그리고 사람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자를 존중한단다. 자신의 삶에서 희망을 만들며 겪는 고통조차도 자신의 삶의 일부로 여겨 꼭 껴안고 사랑하는 자를 사랑한단다.
사람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해진 삶의 시간 속에서 간절한 사연을 만들고 애잔한 인연을 만들며 살아간단다. 그 유한한 시간 속에서 만든 사연과 인연은 일생 단 한 번의 사건이며 단 한 번의 만남이란다. 사람이 사는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사연은 생애 단 한 번의 사건이며, 모든 인연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란다. 일기일회(一期一會)란다. 하람이 너와 내가 만난 것도 단 한 번의 인생에서 맺어진 단 한 번의 인연이란다. 그 인연이 서로에게 좋은 행복의 시간이 되도록 온 정성과 마음을 다하며 끊이지 않는 관심을 기울이며 사는 거란다.
일기일회, 단 한 번의 시간과 단 한 번의 사건과 단 한 번의 인연 속에서 사람에게는 미래의 시간이 얼마만큼 남았는지 그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단다.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이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신의 선물이란다. 감속의 씨앗이 몇 개인지는 셀 수 있지만, 그 씨앗이 자라 열릴 감나무의 감의 개수는 알 수 없는 것과 같단다. 미래를 알 수 없기 때문에 쉽게 실망하거나 포기할 이유는 없단다. 미래가 어떤 결과로 다가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살 수 있는 현재의 시간을 정성을 다해 살아갈 뿐이란다. 우리에게 허락된 것은 바로 현재에서 하늘도 감동할 정도의 노력과 성실함 밖에 없단다. 하늘이 나에게 맡길 일을 깨닫고 세상이 내게 희망을 걸고 싶은 소리를 듣고 그것을 이루려 하늘도 감동할 정도의 노력과 정성을 기울이는 일이란다.
삶이란 “바로 지금 이 순간(Right now), 바로 여기 이곳(Right here)”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하고 있는 일에 하늘도 감동할 정도의 정성으로 살아가는 거란다. 과거는 이미 지나간 시간이라 되돌릴 수도 없고 돌이킬 수도 없으며, 미래는 다가갈 수 없고 알 수 없는 시간이란다. 바로 지금 이 순간 현재에서 정직하게 소망하는 일을 정직한 노력으로 만드는 거란다.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 주지 않는단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현재의 시간에 붉게 핀 장미를 손에 넣는 거란다. 붉은 장미를 손에 넣기 위해 불볕더위 속에서 장미 가시에 찔리는 아픔은 큰 일이 아니란다. 현재 이 순간을 잡아야 한단다. 지나간 시간에서는 장미꽃이 피지 않았단다. 내일이면 태양 아래 붉게 핀 장미는 시든단다. 뜨겁게 내리쬐는 지금 이 순간에 장미꽃을 손에 넣어야 한단다. 현재를 잡고 즐기는 것(Carpe Diem. That's seize the day), 그것이 바로 삶이란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자신을 의심하는 때가 온단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역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과연 있을까 고민한단다. 자신에게 다가올 일이 뭔지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리라는 두려움과 의혹이 자꾸 커져서 스스로를 의심한단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운명을 속일 수는 없단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모르는 척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면 된단다. 하람이 너도 네가 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단다. 용기를 내어 현재의 고난 속에서 사는 거란다. 아무튼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네가 세상을 살아갈 때 제일 먼저 네가 살고 싶은 인생을 생각하고, 그 다음에는 그 삶에 대한 간절한 욕구로 세포 속까지 가득 차게 해야 한단다. 세상은 너를 통해 큰일을 이루려는 목소리를 보내고 있단다. 네가 원하는 인생은 언제나 네 스스로 소망하고 목청껏 부를 때마다 네 곁으로 다가온단다. 네 마음속에 품고 있고 느끼고 있는 모든 것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으로 세상을 사는 거란다.
<아름다운 비행>의 그랜드구스(이동하는 대열의 선두에 선 기러기)가 된 고머는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의 소리를 듣고 받아들여 아름다운 이동을 이끈단다. 하람이 너도 고머처럼 네게 찾아온 세상의 기대와 소망을 받아들여 사는 거란다. 기러기들은 ‘v’자 혹은 ‘^’자 형태를 흐트림없이 유지하며 날아가고, 그 대열에서 낙오하는 기러기는 없단다. 수십 마리 기러기 하나하나가 모인 비행대열은 커다란 한 마리의 새처럼 보인단다. 이동대열에서 짧은 왼쪽 날개에는 아주 늙은 기러기나 처음으로 이동에 참여한 어린 새의 자리를 만들고, 오른쪽 날개에는 긴 여행기간 동안 일어날 온갖 난관을 훌륭히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세고 경험 많은 기러기들을 배치한단다. 젊은 기러기들은 경이로운 인생의 여러 경험을 배우고, 늙은 기러기들은 자연의 순환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이동하면서 배운단다. 기러기들이 겨울이라는 불가항력을 피해 폭풍과 같은 역경과 투쟁하는 것은 자신 속에 숨은 잠재력을 일깨워 세상에 발휘하기 위함이란다. 하람이 네게 찾아오는 어려움과 불편함은 네 속에 있는 가능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란다.
삶은 미래의 시간에 있는 것도 아니고 과거의 시간에 있는 것도 아니란다. 먼 곳 어디인가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환상의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니란다. 삶은 바로 현재 이곳에 있단다. 그래서 바로 지금 이 순간 현재(Present)는 선물(Present)의 의미를 지닌단다. 삶의 긴 시간은 바로 현재의 순간순간이 모여 이루어지므로 순간은 영원을 지배하는 힘을 지닌단다. 네가 어린 시절에 읽은 <파랑새>란 동화를 보면,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파랑새를 찾아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여행하고 이곳이 아닌 저 곳을 돌아다닌단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찾지 목하고 돌아온단다. 파랑새는 바로 자기 집 처마 밑에 있었단다. 파랑새는 삶의 행복을 의미한단다. 하람이 너의 삶은 다른 곳에 있지 않으며, 다른 시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지금 현재 바로 이곳의 모순된 현실과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있단다. 현재의 아픔과 슬픔, 어려움과 불편함, 시행착오와 실수 이 모든 것이 네가 살아가는 일이란다. 아픔과 어려움과 실수까지도 네 현재 삶의 일부란다. 꼭 껴안고 사랑하는 방법이 최선이란다.
바로 현재 이곳에서 살아갈 때에 간절하고 정직한 소망은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의지란다. 바다를 미치도록 그리워하는 자만이 배를 만들어 바다를 항해할 수 있단다. 간절한 소망과 낭만적 상상력이 자기 삶을 이끌 수 있단다. 꿈이란 가능한 일을 해내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한 것을 소망하여 이루는 일이란다. <장산곶매>의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나무를 심은 사람>의 꾸준함으로 잠재성을 현실태로 증명하는 거란다. 장산곶매는 사냥을 떠나기 전날 밤, 자신이 그동안 살던 둥지를 부수는 부리질을 한단다. 어려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되돌아올 곳이 없게 만들어 앞으로 나갈 수 밖에 없는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행위를 한단다. 황폐화된 산에 하루에 100개의 나무 씨앗을 30년간 심어 울창한 산림으로 바꾸었던 꾸준함으로 숨어있는 자신을 세상에 증명하는 거란다.
배는 항구에 정착하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바다를 항해하려고 태어났단다. 배는 출항하여 바다위에서 거센 파도를 넘으며 항해하고 있을 때 배일 수 있단다. 항해지도를 가지고 나침반을 통해 방향을 찾으면서 목적지로 향해 간단다. 나침반의 바늘 끝은 파르르 떨고 있단다. 북쪽을 가리키려는 자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단다. 나침반의 바늘 끝이 정지해 있으면 안정된 것이 아니라 고장난 것이란다. 자신의 사명을 잃은 모습이란다. 사람도 살아갈 때 흔들리면서 좌절과 절망을 겪으면서 희망을 새기면서 슬픔과 영광을 누리면서 흔들리는 실존으로 살아간단다. 힘들어 주저 앉기도 하고 빠른 속도를 내어 달리기도 하고 가고 싶지 않아 게으름을 피우면서 살아간다. 힘들다 투정하면서 간단다.
인생을 살아갈 때는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보며 사는 거란다. 세상에 정말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으로 볼 수 있단다.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을 살면 아주 중요한 것을 볼 수 있단다. 눈에는 한계와 장벽이 자주 보이지만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간절한 소망이 보이고 한계너머의 세상이 보인단다. 이성적으로 비관하더라도 마음의 소망과 의지로 낙관하는 거란다. <갈매기 조나단>이 높이 날아 멀리 볼 수 있는 존재의 본질을 이루기 위한 과정에서 겪은 한계를 마음으로 극복하듯, 그렇게 마음의 의지로 세상을 사는 거란다. 조나단은 바닷가 언덕위에서 물고기 한 마리 잡아먹고 사는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한단다. 자신은 무엇인지 고민과 반성을 통해 자신은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일”을 실현하는 존재의 특성을 발견한다. 자신의 모습인 “자유로운 비행”을 위해 거센 폭풍우 속에서 비행훈련을 하면서 한계를 겪는단다. 하지만 그 한계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싶다는 마음의 의지와 신념으로 극복한단다. 결국 “가장 높이 날아 가장 멀리 보는 새”로 자신의 존재 변화를 이룬단다. 눈으로 보는 한계는 마음의 의지와 신념으로 극복하는 거란다. 간절한 소망으로, 정직한 꿈으로 한계너머의 무지개를 보면서 노력하는 거란다.
눈에 보이는 한계를 마음으로 보면 그것을 딛고 넘어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며 그 일에 관심과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는 증거란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슬픔과 아픔조차도 삶의 밑거름이며, 실패는 교훈의 다른 이름 일뿐이고, 시행착오와 실수는 원하는 길을 가게 만드는 이정표역할을 담당한단다. 길을 가다가 넘어진 그곳은 짚고 일어서는 디딤돌이란다. 사는 일을 길을 걷는 일에 비유하면 걷다가 넘어지고 무릎에 상처나고 손에 흙이 묻기도 한단다. 넘어졌을 때 허공을 붙들고 일어설 수는 없단다. 누군가 일으켜 주기를 기대하고 의존해서도 안 된단다. 하람이 네가 넘어진 그곳이 바로 짚고 일어설 기회의 땅이란다.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서 살아가고, 네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 시간만큼 네 삶은 아름다워 진단다. 무엇인가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누군가에 온 관심을 기울인 시간만큼 그 일과 그 사람은 소중하며, 소중한 마음이 많아질수록 인생은 깊어지고 넓어진단다.
하람아! 네가 단 한 번의 만남과 인연 속에서 마음으로 세상을 살기를 기도한단다. 현재의 실존 속에서 힘듬과 어려움조차 꼭 껴안고 살며 네 마음이 원하는 인생을 살기를 기도한단다. 아빠가 네게 평화가 깃들고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행복하게 사는 게 인생이라고 희망 섞인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하지만 세상은 모순과 부조리가 가득하고 그걸 해결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단다. 모순된 세상에서 아빠가 살면서 고민한 ‘좋은 삶’에 대한 내용을 적었단다. 사람은 ......살다가 생각하면........ 자기변명과 핑계를 대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데 그친단다. 사람은 ..........생각하며 반성하며 검토하며 성찰하며.......... 살아갈 때 자기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단다.
열아홉 번째 생일을 맞는 네게 <자화상>에 관련된 시 두 편을 선물한단다. 김진경의 <낙타>와 최두석의 <거북이>란 시란다. 사막에 앙상하게 남은 짐승의 유골이 보이더라도 낙타처럼 스스로 거대한 푸른 들판이 나올 육봉을 만들어 사막을 횡단하거라. 거북이처럼 잔재주의 토끼와 경주하기보다 묵묵하게 네 길을 가거라. 사막횡단 후엔 횡단 기념의 기념비를 세울 일이 아니라 사막에 오아시스를 파두거라. 기념비석은 바람에 돌가루로 변할 것이고, 우물은 누군가의 횡단에서 목마름을 해결해 줄 거란다.
새벽이 가까이 오고 있다거나
그런 상투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겠네.
오히려 우리 앞에 펼쳐진
끝없는 사막을 묵묵히 가리키겠네.
섣부른 위로의 말은 하지 않겠네.
오히려 옛 문명의 폐허처럼
모래 구릉의 여기저기에
앙상히 남은 짐승의 유골을 보여주겠네.
때때로 오아시스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사막 건너의 푸른 들판을
이야기하진 않으리.
자네가 절망의 마지막 벼랑에서
스스로 등에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설 때까지
일어서 건조한 털을 부비며
뜨거운 햇빛 한가운데로 나설 때까지
묵묵히 자네가 절망하는 사막을 가리키겠네.
낙타는 사막을 떠나지 않는다네.
사막이 푸른 벌판으로 바뀔 때까지는
거대한 육봉 안에 푸른 벌판을 감추고
건조한 표정으로 사막을 걷는다네.
사막 건너의 들판을 성급히 찾는 자들은
사막을 사막으로 버리고 떠나는 자.
이제 자네 속의 사막을 거두어내고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일어서게나.
자네가 고개 숙인 낙타의 겸손을 배운다면
비로소 들릴 걸세
여기저기 자네의 곁을 걷고 있는 낙타의 방울소리.
자네가 꿈도 꿀 줄 모른다고 단념한
낙타의 육봉 깊숙이 푸른 벌판으로부터 울려나와
모래에 뒤섞이는 낙타의 방울소리.
-김진경의 <낙타>
갯바위 위에 웅크린 거북이 한 마리
부서지는 파도 맞으며 뒤설레는 밤바다 응시하고 있다
운명의 행로처럼 등껍데기에 펼쳐진
세상과 세월의 지도 위로 별빛이 빛난다
애초부터 잔재주의 토끼와 경주할 생각은 없었다
묵묵히 생애를 걸고 제 길을 갈 뿐인 것이다.
-최두석의 <거북이>
하람아! 너의 생일을 축하한다. 너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아이라서 아빠에게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너의 능력과 상관없이 내 아들이어서 특별하단다. 아빠에게 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이며, 네가 집에 오는 날 아침부터 너를 기다리는 행복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란다. 하람이 너를 있는 그대로 응원하며, 사랑한단다.
2012.06.24(음력05.05) 하람이 열아홉 번째 생일에 아빠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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