啐啄同時-나의 교육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해볼 만한 몇 가지

nongbu84 2012. 6. 23. 09:30

사랑하는 동녘에게 :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꼭 해 보아야 할 몇 가지

 

아빠와 함께 다니는 고등학교 생활에 네가 겪는 고민과 갈등도 많을 거란다.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기도 할 테고, 너에 대한 기대로 어깨가 무겁기도 하겠지만, 동녘이 너는 고등학교 생활을 아주 잘 하고 있단다. 네 넓은 마음으로 많이 이해하면서 즐겁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단다.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네가 배울 몇 가지 삶의 지혜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단다. 동녘이도 이제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질 만큼 성장하였으니 아빠와 함께 삶의 지혜를 몇 가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단다.

 

 

 

1. 1월 : 5층 교실에서 빈 운동장을 바라보며 마음의 눈을 뜨기

 

1월 방과 후 학습이 없는 빈 시간에 본관 건물 5층 빈 교실에서 창밖을 보거라. 아침에는 동쪽 하늘의 일출을 볼 수 있단다. 소 혓바닥처럼 불쑥 솟아오르는 붉은 기운이 창가에 비칠 때 따뜻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단다. 점심 때 운동장은 비어있단다. 빈 공간을 채우는 바람 부는 소리가 좋고, 묵묵히 사막을 걸어가는 낙타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더욱 좋단다. 그저 묵묵히 세상이 부여한 삶의 역할을 다하며, 찬란함도 화려함도 초라함도 누추함도 없는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낙타의 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단다. 저녁에는 서쪽으로 넘어가는 노을을 볼 수 있단다.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슬픔과, 함께 나누지 못했던 외로움이 찾아온단다. 동녘이도 노을을 보면서 슬픔과 아픔, 외로움을 날려 보내면 된단다.

 

2. 2월 : 눈 위를 걸으며 인생의 꿈을 성찰하기

 

2월 교정의 눈은 녹지 않은 채 꽃샘추위에 다시 얼어붙어 걸을 때마다 바스락바스락 소리가 난단다. 흙먼지 속에서 땀 흘려 뛰었던 추억이 찾아온단다. 운동장은 잔디가 없고 흙먼지 일어나며 넘어지면 무릎이 까지고 팔꿈치에 상처가 나는 곳이란다. 마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닮았단다. 찬 손을 내밀어 서로의 손을 잡으면 따뜻한 온기가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동의 삶을 살 수 있음을 새길 수 있단다. 2월은 잔설이 남아 다시 녹는 시간이란다. 운동장 가득 얼룩진 친구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보며 네가 살아갈 인생을 꿈꾸면 된단다. 거대한 육봉을 만들어 사막을 떠나는 낙타처럼 빈 운동장을 내 달릴 체력과 심력을 만들 때까지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거란다.

 

세상에 상처하나 간직하지 않고 살아 갈 수 있는 생명이 하나라도 있을까? 나무는 바람에 가지가 찢기는 상처를 안고 살며 그 상처를 감싸 안으며 옹이를 만든단다. 새는 바람에 깃털에 뽑히고 날개 죽지 휘청거리는 상처를 안고 날개짓을 훈련하며 살아간단다. 목련꽃은 봄비에 후두둑 꽃잎을 떨구며 화려했던 잠시의 시절을 안고 살아간단다. 거미는 제 몸속의 실을 뽑아내어 거미줄을 만들고 그 거미줄이 뒤엉키는 수고로움 끝에 겨우 먹이 하나 얻으면서 살아간단다. 연어는 태어난 고향으로 뒤돌아오는 모천회귀본능으로 강물을 거슬러 오르면서 상처투성이가 되고 결국은 알을 낳고 생애를 마감한단다. 동녘이도 세상 살면서 가슴에 꼭꼭 응어리진 아픔과 슬픔을 안고 살겠지만 너의 꿈을 가꾸며 살아가면 된단다.

 

너는 살아가면서 분명 그 누군가의 제자이면서 스승으로 살아갈 것이란다. 너는 분명 그 누군가의 꿈이 되고 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존재란다. 너는 살면서 너의 말 한마디와 행동으로 그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고 힘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사람이란다. 네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그 이유하나만으로 이세상은 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으며,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의미를 지닌단다. 네가 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누군가의 삶이 행복해지고 아름답고 훌륭해 질 수 있단다. 동녘이 바로 너는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으며 사람들의 마음에 꿈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단다. 너는 네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능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단다. 너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사람이란다. 네 안에는 이 세상을 환하게 비추어줄 빛이 한가득 가슴에 숨어있단다. 너는 충분히 이세상과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단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이 세상이 너의 능력을 간절히 원했고 이 세상 사람들이 너를 간절히 필요로 했기 때문이란다. 이 세상을 살면서 동녘이 네가 맡아야 할 역할이 있고 네 인생전체를 통해서 꼭 이루어야 할 꿈과 소망이 있기 때문이란다.

 

동녘이 너는 네 인생을 통하여 네 마음이 원하는 소망을 품었단다. 이제 네게는 그 소망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애쓰고 공을 들이고 정성을 쏟는 일만이 남았단다. 네 인생의 꿈은 어찌 보면 네 인생의 미래에서 빌려온 빚 같은 것이란다. 꼭 되갚아야 할 의무가 주어진 것이란다. 네 인생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은 네 스스로의 노력과 정성밖에 없단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그냥 이루어지는 법은 없단다. 온갖 정성과 땀만이 그 일을 이룰 수 있게 한단다. 세상에 행운이란 없으며 공짜로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단다. 무엇인가 성취하려면 그 만한 정성과 댓가를 지불해야 한단다. 공짜는 아주 중요한 것을 빼앗아 간단다. 행운은 사람들의 믿음일 뿐이지 현실에서 가능성을 현실로 증명하는 방법은 땀의 양과 정성을 들이는 시간의 양에 달려있단다. 부단히 노력하고 정성을 들이고 아주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단다.

 

3. 3월 : 봄 학교 길 산책하며 풍경이 되어보기

 

산책하며 걷는 사람은 풍경 같은 사람이란다. 까치집 쪽 틀고 서 있는 나무가 풍경이 아니라 그 나무 사이를 걷는 사람이 풍경이란다. 나무에게 풍경 같은 사람,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알록달록한 햇살 무늬를 닮은 사람일 수 있다면 아름답단다. 3월은 다리 달린 봄볕이 세상을 돌아다니며 따뜻하게 만드는 시간이란다. 세상은 有脚陽春(유각양춘)같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단다. 세상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따뜻하게 만드는 다리달린 봄볕 같은 사람을 유각양춘이라 한단다. 동녘이가 가는 곳마다 세상이 따뜻해지고 동녘이를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역할을 3월의 풍경 속에서 그리워하는 일은 봄에 대한 예의란다. 나무숲에 머물다 나오면 마음이 넓어지고 키 큰 미루나무 숲길을 지나면 키가 크고 깊은 강을 건너가면 영혼이 깊어진단다. 자연과 함께 풍경을 만들면서 네 영혼은 성장한단다.

 

4. 4월 : 목련꽃 피었을 때 친구에게 목련나무 선물하기

 

친구들에게 학교 화단에 있는 목련나무를 선물하는 일도 해볼 만한 일이란다. 누구도 소유하지 못하는 나무를 선물로 주며 마음을 표현하는 일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단다. 선물만큼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은 없단다. 물질적인 선물이든 마음을 나누는 선물이든 의미를 담은 상징물을 선물하든 무엇인가를 베푸는 일은 행복하단다. 목련 나무를 상징적인 선물로 주며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좋은 환경 속에서 좋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은 행복하단다. 행복한 일은 만드는 것이지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니며, 행복 속에서 사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단다. 모순으로 가득 찬 학교 울타리 너머의 세상이 행복하려면 행복한 일을 경험하고 배워야 한단다. 4월은 꽃이 화사하게 만개한 시간이란다. 일찍 피는 꽃은 일찍 시들고 화려한 꽃은 향이 없단다. 동녘이가 서둘러 피지 말고 화려하지 않더라도 은은한 향기가 울리는 꽃 같은 사람으로 살기를 기도한단다.

 

5. 5월 : 바르지 않음을 비판하며 자기 삶을 ‘좋은 삶’으로 변화시키기

 

내가 직접 가담하지 않았어도 책임지는 용기와 내가 직접 피해를 입지 않았어도 비판하는 용기는 온당한 일이란다. 사람들의 행복을 뺏는 일을 비판하고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함께 책임지는 일은 온당한 도덕성이란다.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를 흔드는 한 얼굴 때문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는 일을 겪어보면 영혼이 맑아진단다.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파하고 사람 때문에 슬퍼보면 슬픔과 아픔을 등에 지고 걸어가는 친구가 될 수 있단다. 서로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을 짤 수 있다면 추운 길목에서서도 기다릴 수 있으며, 사랑하는 한 사람을, 사랑하는 한 목숨을 기다릴 수 있단다. 삶은 사랑받음이 아니라 사랑함이란다. 동녘이는 세상에서 두 어깨 활짝 펴고 당당하게 살아가면서 용기와 책임을 지닌 사람이 될 수 있단다.

 

6. 6월 : 눈을 맞추고 말문을 열고 마음의 길이 통하는 친구 사귀기

 

6월은 친구들 마음에 걸어 들어가는 길을 만들고 친구들이 내 마음으로 걸어 들어오는 길을 만드는 시간이란다. 먼저 눈을 맞추고 말을 트며 손을 맞잡을 수 있는 친구 하나를 사귀면 천하를 얻는 일과 같단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을 찾아 떠나고,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말을 건네고, 한 아픔이 다른 아픔을 어루만지는 마음의 길을 나누는 친구는 삶의 귀중한 자산이란다. 시간이 멈추는 오후의 시간에 나무 그늘 밑 벤치에 앉아 함께 시집을 읽고 마음으로 이야기 나누는 친구를 사귀며 살아야 한단다. 친구란 인디언의 말로 상대의 슬픔과 아픔을 내 등에 짊어지고 가는 사람이란다. 우산이 없는 친구를 위해 내 우산을 씌워주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함께 비를 맞으며 걷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동녘이는 친구의 처지를 함께 겪으며, 친구의 입장을 응원하고, 친구와 뜻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중요한 사람이란다.

 

7. 7월 : 사람의 마음에 나를 비추어 보며 삶을 반성하기

 

7월은 성찰과 반성 없이 성장하는 여름이란다.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고 쏜 화살처럼 달려가고, 여름 숲은 되돌아봄 없이 무조건 성장한단다. 이런 시간일수록 반성과 성찰은 삶을 검토하게 만든단다. 이런 때일수록 不鏡於水, 而鏡於人(불경어수, 이경어인)의 반성이 필요하단다. 옛 사람들은 물을 거울로 삼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거울로 삼아 자기를 반성하였단다. 물에 자신을 비추면 자신의 얼굴표정과 옷맵시를 단정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삶에 대한 검토는 할 수 없단다. 자기 삶에 대한 검토는 다른 사람의 마음에 비추어진 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란다. 소크라테스가 이야기 했듯, “반성하지 않는 삶”은 핑계와 변명으로 자기 삶을 합리화 한단다. 반성하지 않는 삶은 되는 대로 살다가 생각하는 모습이란다. 생각하며 반성하며 사는 삶은 자기 삶을 설계하며 건축하는 삶의 주인공이란다. 반성하는 사람은 자기 삶의 연출가이자 주연배우란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단다. 동녘이가 주체적으로 자기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방해할 사람은 없단다.

 

8. 8월 : 길을 걷는 일을 닮은 인생을 바라보기

 

8월은 방학을 이용하여 도보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란다. 길을 걷는 일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살이를 닮았단다. 걷다보면 산을 올라가고 내려가고, 좁은 길을 지나고 넓은 길을 걷기도 한단다. 평편한 길을 걷기도 하고 높낮이가 심한 길을 걷기도 한단다. 자갈이 깔린 황무지를 걷기도 하고 포장된 길을 걷기도 한단다. 우리 사는 일도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쉽게 지나는 일이 있으면 힘들게 지나는 일도 있단다. 걷는다는 일은 자발적으로 가난과 불편을 선택하는 일이고, 채운 것을 비워야 하며, 허물과 껍질을 벗어야 한단다. 길은 욕심과 걱정으로 걸을 수 없단다. 욕심과 근심으로 길을 걸으면 넘어지고 지친단다. 무리하고 상처를 얻는단다. 걸을 수 있을 만큼 정성을 다해 걸어야 한단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허락 받은 만큼 걸을 수 있단다. 동녘이의 삶도 욕심과 걱정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사는 거란다. 욕심과 걱정으로 채운 마음은 잡초만 무성할 뿐 나누어줄 곡식 한 톨 가꿀 수 없단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하늘도 감동할 정도의 정성으로 사는 거란다. 욕심과 근심 걱정은 사랑과 정성의 삶을 빼앗는 도둑이란다. 욕심과 근심으로 살면 왜곡과 간섭과 질시가 가득하며 미워하고 행복할 수 없단다. 걷는다는 일은 자발적으로 가난과 불편을 선택하는 일이란다. 걸으면 얼굴과 몸에서 땀이 흐르고, 발바닥은 뜨거워지고 물집이 잡히기도 한단다. 걸을 때 무겁고 필요 없는 것들은 몸에 무리를 줌으로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갖고 걸어야 한단다. 배낭에 넣은 많은 음식은 배를 아프게 하고, 지나치게 많이 마신 물은 갈증을 더 일으킨단다. 꼭 그만큼의 물과 음식만을 몸에서 허락한단다. 걷는다는 것은 욕심으로 채운 무거운 것들을 버리고, 근심 걱정으로 채운 불안한 것들을 버려 정직한 마음을 선택하는 일이란다. 걷는 일은 가난한 마음을 배우며 내 몸에 허락된 만큼 정성을 다하여 걷는 일이란다. 살아가는 일도 자발적으로 가난함과 불편함을 선택하는 일이란다.

 

 

9. 9월 : 책 읽고 열린 마음으로 친구들과 토론하기

 

9월은 사색의 계절이란다. 생각하며 반성하며 검토하며 성찰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란다. 책을 든 손은 가장 훌륭한 도서관이란다. 책속에는 천금의 황금이 있고, 인생의 지혜가 있으며 함께 걸어갈 친구가 있단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함께 이야기해보면 자신의 좁은 시야를 발견하고 내가 알지 못했던 책의 맥락과 행간을 알 수 있단다. 함께 토론하고 읽어보면 삶의 맥락과 감추어진 삶의 행간을 읽을 수 있단다. 항상 언제 다시 읽어도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손에 들고 다니며 읽어보는 것은 삶의 큰 재산이란다. 매년 다시 읽을 수 있는 책 100권은 알고 있어야 한단다. 재미와 흥미위주의 책보다는 삶의 지혜를 닮은 책이 마음을 가꾸고 평화롭게 만든단다. <갈매기의 꿈>, <어린왕자>, <꽃들에게 희망을>, <사랑의 기술>등을 권한단다.

 

10. 10월 : 편지쓰기

 

편지는 대부분 자기의 내면에서 상대방과 주고 는 대화를 하면서 쓴단다. 대화 상대자는 곧 편지를 받을 사람이란다. 내면의 대화 속에서 글을 쓰고 늘 살아 움직이는 마음을 느낀단다. 빅터 프랭클이 쓴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어보면 자기 아내를 늘 생각하며 살아있어야 할 이유는 찾는 이야기가 나온단다. 겨울철 언 땅을 파고 그 파는 땅은 곧 자기가 묻힐 곳임을 알면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늘 자기의 마음속에서 아내와 대화하는 일이었단다. 아내와 주고받는 대화를 상정하면서 곧 되돌아갈 곳이 있음을 자기에게 매일 확인시켰단다. 편지를 쓰는 과정도 비슷하단다. 편지를 써야 하는 절실한 이유를 편지 쓰는 상대와의 가상적인 대화를 통해 찾는 것이란다. 절망과 포기에 빠지지 않도록 늘 살아가야 할 희망을 찾는 과정이란다. 편지를 쓰는 과정은 대화의 과정이고, 자신과 문답을 주고받는 일이란다. 편지를 쓰면서 질긴 인연의 끈을 잡고, 관계의 망을 튼튼하게 짜는 일이란다. 자신의 마음이 그물코를 이어주는 벼리의 역할을 한단다. 동녘이가 편지를 쓰면서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배우면 다른 사람이 살지 못하는 삶을 살 수 있단다.

 

11. 11월 : 시 감상하기

 

동녘이 네게 최두석의 <거북이>란 시를 선물한단다. 묵묵하게 걸어가는 거북이의 모습, 어찌 보면 동녘이 네 모습을 닮았단다.

 

갯바위 위에 웅크린 거북이 한 마리

부서지는 파도 맞으며 뒤설레는 밤바다 응시하고 있다

 

운명의 행로처럼 등껍데기에 펼쳐진

세상과 세월의 지도 위로 별빛이 빛난다

 

애초부터 잔재주의 토끼와 경주할 생각은 없었다

묵묵히 생애를 걸고 제 길을 갈 뿐인 것이다.

-최두석의 <거북이>

 

12. 12월 : 배움의 가치 발견하기

 

登高山 望四海(등고산 망사해) : 배움은 높은 산에 올라 넓은 바다를 보는 일을 닮았단다.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면 세상을 보는 지혜와 ‘좋은 삶’에 대한 가치를 얻을 수 있단다. 삶은 단순하게 그냥 먹고 사는 것 그 이상의 특별한 의미가 있단다. 먹고 사는 것 그 이상을 특별함을 볼 수 있단다. 법정스님의 일기일회(一期一會)를 읽으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단다.

 

오늘 핀 꽃은 어제 핀 꽃이 아니다. 오늘의 나도 어제의 나가 아니다. 오늘의 나는 새로운 나이다. 묵은 시간에 갇혀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라. 과거의 좁은 방에서 나와 내일이면 이 세상에 없을 것처럼 살라. 우리는 지금 살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삶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 일기일회(一期一會), 단 한 번의 기회, 단 한 번의 만남이다. 이 고마움을 세상과 나누기 위해 우리는 지금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삶 자체가 되어 살아가라. 그것이 불행과 행복을 피하는 길이다. 삶을 소유물로 여기기 때문에 소멸을 두려워한다. 삶은 소유가 아니라 순간순간의 있음이다. 순간 속에서 살고 순간 속에서 죽으라. 자기답게 살고 자기답게 죽으라.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버렸더라도 버렸다는 관념에서조차 벗어나라.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치고 지나가듯 그렇게 지나가라. 우리에게는 그립고 아쉬운 삶의 여백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가득 채우려고 하지 말라.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불필요한 말을 쏟아 내고 있다. 이것은 영혼의 공해와 같다. 이런 때일수록 본질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하찮은 생각을 제쳐 두고 삶의 본질에 눈을 돌려라. 그래야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살 수 있다. 얻었다고 좋을 것도 없고, 잃었다고 기죽을 것도 없다. 괴롭고 힘든 일도 그때 그곳에는 나름의 의미가 있다. 다 한때다. 시련이 우리 앞에 온 것도 다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그 의미를 안다면 고통스럽지 않다. 삶을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라. 그러면 행복에도 불행에도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때그때 감사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다음은 기약할 수 없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一期一會)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다. 지금을 어떻게 사는가가 다음의 나를 결정한다. 삶은 인간에게 주어진 길고 어려운, 그러나 가장 행복한 수행의 길. 매 순간 우리는 다음 생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모든 것은 단 한 번.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순간순간 새롭게 피어나라.

- 법정스님의 일기일회(一期一會)

 

동녘아! 너는 그 누군가의 꿈과 희망이며, 너는 그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주는 존재란다. 네가 태어나 살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 누군가의 인생이 행복해지고 아름다워지는 법이란다. 네가 있으므로 이 세상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으며, 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으로 변하는 법이란다. 늘 네 자신을 존중하며 살아가거라. 동녘아! 사람은 고통 속에서 성장하는 거란다.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를 보면, 사람들은 동굴 속에서 벽에 비친 그림자를 진짜로 바라보는 어리석음 속에서 살고 있단다. 동굴 밖에 있는 진짜 나무를 보지 못하고 있단다. 가짜의 세계를 벗어던지는 의문을 찬양하고, 동굴 밖으로 기어 나오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동료들의 비난과 시기를 감내할 마음이 필요하단다.

 

동녘아!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고 나면 더 강해진단다. 옹이진 나무마디는 상처가 난 곳이었단다. 나무껍질이 벗겨지면 나무껍질은 모여들어 옹이를 만든단다. 아픈 상처를 단단하게 만드는 자연의 작용이란다. 옹이진 곳에서 다시 가지가 뻗어 오르며 성장한단다. 아픔을 견디는 깊은 고독의 과정을 거친단다. 그 누구도 대신 아픔을 겪어줄 수 없고 오직 네 자신만이 그 상황을 돌파해야 되는 단 혼자만의 세상인 듯한 외로움도 있단다 .사막을 걷는 낙타의 모습을 닮았단다. 적어도 섣불리 오아시스가 바로 곁에 있다는 착각도 필요 없단다. 죽은 낙타의 썩은 시체와 뼈다귀를 보면서 좌절할 필요도 없단다. 그 외로움도 하나의 과정이란다. 그저 묵묵히 사막을 걸으며 건너는 일이란다.

 

..........2012년 06월 24일 동녘이의 삶을 사랑하며 아빠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