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바람 꼬기작꼬기작 접어 묶어 놓고
저 샛노란 들판에 혼자 서 있는 침묵,
쨍쨍한 가을볕 아래 무슨 사연이던가
입술 앙다문 벼이삭들 머리 맞대고
저리 고개 숙여 귀는 쫑긋 세웠는데
한 무리의 새떼 들판에 내려앉으려
불타는 저녁 강 몇 번은 건넜겠지
짐짓 외롭게 서 있다가 졸음 몰려오면
가끔은 낟알 몇 개 모른 체하며 내어주고
더러 쌀 이는 소리 또렷한 어느 저녁
초승달이 서둘러 옷고름 풀면
벼이삭 영글어 떠난 빈 들판,
그림자조차 사라진 그곳에서
뼈만 남은 가을을 보여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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