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허수아비

nongbu84 2017. 9. 8. 09:19

 허수아비

 

바람 꼬기작꼬기작 접어 묶어 놓고

저 샛노란 들판에 혼자 서 있는 침묵,

 

쨍쨍한 가을볕 아래 무슨 사연이던가

입술 앙다문 벼이삭들 머리 맞대고

저리 고개 숙여 귀는 쫑긋 세웠는데

 

한 무리의 새떼 들판에 내려앉으려

불타는 저녁 강 몇 번은 건넜겠지

 

짐짓 외롭게 서 있다가 졸음 몰려오면

가끔은 낟알 몇 개 모른 체하며 내어주고

 

더러 쌀 이는 소리 또렷한 어느 저녁

초승달이 서둘러 옷고름 풀면

 

벼이삭 영글어 떠난 빈 들판,

그림자조차 사라진 그곳에서

뼈만 남은 가을을 보여주겠지

 

 

 

'閼雲曲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치집  (0) 2017.09.15
사랑 아닐 리는 없다  (0) 2017.09.13
목화  (0) 2017.09.05
자화상 - 물뱀 사라진 저녁은 무릎시리다   (0) 2017.09.01
달디단 뒷배 ㅡ외할매 생각  (0) 2017.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