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사랑 아닐 리는 없다

nongbu84 2017. 9. 13. 15:33

 

사랑이 아닐 리는 없다

 

가을로 가는 문 앞에서 서성이는 바람이 하루 내내

시간을 한 숟가락 한 숟가락 덜어 지어낸,

하얀 쌀밥과 끓는 된장과 삶은 호박잎이 오른,

그 저녁의 밥상이 사랑이 아닐 리는 없다.

 

 

처음의 날이자 마지막 날인 오늘 첫 무대이자 마지막 무대인 들판에서

첫 인연이자 마지막 인연인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저녁노을의 눈빛,

그 솔깃이 애닯은 눈빛이 사랑이 아닐 리는 없다.

 

 

어느 가을 어느 오후 어느 산길 혼자 걷다가 만난

죽음이 전해준 동화 속에선 사랑 아닌 것은 없었다

모든 순간 모든 것은 자글자글 끓는 사랑이었다

 

 

내 맘에 살다가 죽어간 그네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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