閼雲曲 -시

nongbu84 2017. 12. 27. 09:50

 

 

여보게, 잘 가시게

바다에 길이 있던가

먼저 떠난 이든

늦게 떠난 이든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다녔어도

다져지지 않은 길이라네

 

굳은 살 박히지 않고

생살처럼 물컹물컹해

가르고 지나가도

다시 붙는 물길

 

여보게, 잘 가시게

허공에 길이 있던가

먼저 떠난 이든

늦게 떠난 이든

아무리 뻗어 올랐어도

이정표가 없는 길이라네

 

섣불리 올랐다간

부러져 다시 내려오고

뻗어 올라 견딘 만큼만

허락되어 길이 되는 길

 

여보게, 잘 가시게

그 길 가시다가

앞이 보이지 않거든

뒤를 보시게

가신 만큼 난 길

다시 지워지고 있음을 볼 걸세

 

누구든

길 없는 길 가다보면

사람의 길 아닌 길 없고

모든 사람이 길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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