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步萬里-나의 삶

누령소 한 마리

nongbu84 2010. 2. 12. 13:40

 

 

산골의 집한채 눈속에 갇혔습니다. 창호지 바른 문턱까지 눈이 쌓였습니다. 문에 낸 조그만 유리창을 통해 바깥 세상을 보려 하지만 눈 두덩은 차갑게 얼어버립니다. 동치미 국물처럼 차가운 맛이 자극 됩니다. 거대한 설원의 골짜기에 주먹 쥔 집한 채 볼록 솟아오랐습니다. 부엌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핍니다. 청솔가지 타는 매캐한 연기가 굴뚝을 타고 오릅니다. 연기가 하얀 눈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누렁소는 외양간 기둥에 매어 놓았습니다. 눈이 차곡차곡 쌓인 골짜기 언덕에 집한채 눈에 덮였습니다. 처마 밑까지 차 올라 방안 화롯불 마저 식어가고 있습니다. 정줏간 사이 틈을 열고 부엌으로 갑니다. 싸늘한 한기가 구들장을 타고 굴뚝을 나갑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 밥을 끓이고 소죽을 끓입니다. 외양간 기둥에 매인 누렁소가 온몸을 부르르 떨고 있습니다.

 

 

눈에 덮인 두메 산골의 집한채, 장독대 항아리마다 눈이 소담하게 쌓였습니다. 눈을 쓸어냅니다. 장독대 가는 길이며, 외양간으로 가는 길을 씁니다. 밤새 추위에 떨었어도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누렁소가 씩씩거리고 있습니다. 빨리 소죽을 끓여 더운 입김에 매달린 고드름을 떨어주어야 겠습니다. 고삐를 풀어놓아도 될 듯합니다. 누렁소 한마리 외양간 기둥에 매여 더운 입김 내뿜으며 고드름 매달고 있습니다. 한 여름 쟁기질도 방학을 맞았습니다. 푹 삶은 콩깍지 맛이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누렁소 한마리 거대한 눈 더미에 쌓여 있습니다. 마치 눈 덮인 집한채를 닮았습니다.

 

'牛步萬里-나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삶의 접점 : 이음새와 마디  (0) 2010.03.14
뒤안길과 빈틈  (0) 2010.02.20
길 - 관람객 출입금지  (0) 2010.02.10
율정점(栗亭店)  (0) 2010.02.01
"동행, 금강 이백리 길"  (0) 2010.01.25